섹션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 1년만에 자산 3조원 증발… 5분의 1토막 나

[재경일보 전재민 기자] 오는 17일로 영업정지 1년을 맞는 부산저축은행의 자산이 그 새 5분의 1토막으로 쪼그라들며 사실상 껍데기만 남은 것으로 나타났다. 희대의 금융사기극으로 인해 3조원이 넘는 자산이 순식간에 허공으로 사라졌기 때문이다.

16일 금융감독당국과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부산저축은행이 지난해 보유 중이라고 발표한 총자산 3조7천400억원 가운데 현재 남은 자산은 약 6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부산저축은행의 파산재단이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채권은 4천7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채권 회수에 필요한 법인세 등 회수 비용과 재단직원 급여, 통상 5~7년 정도 걸리는 채권 회수 기간의 자산 상각액 등을 빼야 하기 때문이다.

예보 관계자는 "부산저축은행 채권을 회수하는 데는 적어도 7년가량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보 소유 예솔저축은행이 확보한 자산 2천억원과 부실채권 회수 전문기관인 정리금융공사로 넘어간 100억원 등을 더해도 7천억원을 넘지 않는다.

한 때 `업계 1위'를 자랑하던 부산저축은행이 1년 만에 5분의 1토막이 난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당장 회수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부산저축은행이 수많은 특수목적법인(SPC)을 동원해 자금을 숨겨두거나 대주주가 돈을 빼돌린 탓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지난해 초 회수하지 못할 것으로 이미 예상됐던 자산이 1조7천억원에 달한다. 그 액수가 지금은 3조원으로 불어났다. 3조7천억원 자산이 5분의 1토막으로 축소된 희대의 금융사기극이다"고 말했다.

부산저축은행의 자산 3조원이 허공으로 날아간 것은 대출자산 대부분이 부실했거나 불법이었기 때문이다.

1년 전 부산저축은행과 더불어 `1차 영업정지' 대상에 올랐던 다른 저축은행도 사정은 비슷해 자산 합계 3조1천600억원으로 발표됐던 대전ㆍ전주ㆍ보해저축은행이 예보 소유 예나래ㆍ예쓰저축은행으로 넘긴 자산은 고작 5천800억원에 불과했다.

올해 영업정지 여부가 갈리는 4개 저축은행 중에서도 지난해와 비슷한 `제2의 부산저축은행' 사례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한 대형 저축은행은 지난해 `요주의'로 분류됐던 대출자산이 최근 `고정이하'로 하락, 자본잠식 규모가 680억원에서 1천720억원으로 3배가량 커졌다.

금융감독원은 이들 저축은행의 부실자산과 계열사 매각 상황을 점검해 이르면 오는 4월께 적기시정조치(부실 우려 금융회사의 정상화 조치) 여부를 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