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조동일 기자] 원ㆍ달러 환율과 원ㆍ엔 환율이 가파르게 떨어진 데다 그리스, 이탈리아 등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금융시장이 다시 불안해질 가능성이 높아지며 지난달 외화예금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ㆍ기업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외화예금 잔액은 지난달(1월) 말 현재 197억2천500만달러로 지난해 12월말보다 18억3천800만달러(10.3%) 증가했다.
전년 동월의 121억3천200만달러 보다는 38.5%나 늘어났다.
은행권에서는 지난해 말 오름세를 보였던 환율이 지난달 큰 폭으로 하락하자 환율이 다시 올라 달러화나 엔화 값이 비싸질 것에 대비해 기업들을 중심으로 외화를 대거 사들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원ㆍ달러 환율은 미국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유럽 재정위기 우려 완화로 한달 내내 떨어지며 올해 개장일인 1월2일 1,155.80원(종가 기준)에서 1월31일 1,123.30원으로 30원 넘게 떨어졌다.
특히 지난달 중순에는 유럽 재정위기 해결과 미국의 초저금리 정책 유지 기대로 원ㆍ달러 환율이 6거래일 동안 34원이나 급락했다.
원ㆍ엔 환율도 지난달 2일 100엔당 1,502.99원에서 31일 1,473.37원으로 29.62원 떨어졌다.
반면, 외화대출액 변동폭은 크지 않았다.
5대 시중은행의 외화대출은 지난달 말 현재 146억6천만달러로 지난해 12월 145억300만달러에 비해 1억5천700만달러(1.1%) 늘어나는데 그쳤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달 환율이 급락해 앞으로 더 떨어지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했다. 유럽ㆍ미국 재정위기가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아 리스크가 언제든지 다시 드러날 것으로 보고 외화를 쌀 때 미리 사두려는 고객이 많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