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전재민 기자] 은행들이 올해 가계대출을 25조원 가까이 늘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가계의 은행 빚은 내년 중 잔액이 5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또 저금리의 주택담보대출보다 고금리의 신용대출에 주력할 것으로 보여 경기 둔화에 따른 연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최근 금융감독원에 부문별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 등을 담은 `2012년도 경영계획서'를 제출했다.
이 계획서에서 은행들은 올해 가계대출을 지난해 말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 453조6천억원의 5.4%에 해당하는 연간 24조5천억원 늘리겠다고 밝혔다.
계획대로면 올해 가계대출 증가액은 2008년 24조9천억원 이후 가장 많아지며, 우리나라의 연간 경상성장률이 은행권 가계대출의 상한선으로 제시된 만큼 이 추세가 이어질 경우 내년 중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500조원을 넘을 것이 확실시된다.
은행들은 또 계획서에서 올해 주택담보대출보다 신용대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주택담보대출은 올해 지난해보다 16조8천억원(5.5%) 증가한 322조6천억원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뿐만 아니라 주택담보대출은 계속해서 대출규모가 줄어들고 있어 증가율이 2009년 10.2%, 2010년 7.7%, 2011년 7.5%로 계속해서 하락하는 추세다.
반면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 대출은 전년 대비 7조7천억원(5.2%) 늘어난 155조5천억원을 대출해줄 계획이다. 이는 2007년 10.1%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또 이 가운데서 신용대출 증가율은 5.5%로 잡았다.
올해 주택담보대출은 50조원가량 만기가 돌아오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은행들이 늘리려는 가계대출 총액의 2배다.
은행들이 목표치로 잡은 가계대출에는 신규대출과 기존대출 상환이 포함돼 있어 한계차주(원리금 상환이 어려운 대출자)를 중심으로 채무상환 위험이 생길 수 있다.
일부 지방은행은 은행권 가계대출 평균 증가율을 웃도는 8~9%의 목표치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용대출은 주택담보대출보다 금리가 높은 만큼 경기가 어려운 때는 가계 사정이 악화돼 연체 위험도 커질 수 밖에 없어 우려를 낳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택 경기가 풀리지 않자 주택구입용 대출 수요가 줄고 집값 하락으로 담보가치인정비율(LTV)이 낮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수도권에 견줘 주택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는 지방에서 대출 수요가 늘어난 결과로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