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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12개국, 성장 초점 촉구 공동서한… 독일·프랑스는 서명 안해

[재경일보 김현정 기자] 영국,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페인 등 유럽연합(EU) 12개국이 20일(현지시간) EU 집행위원회 등에 긴축 일변도의 정책에서 벗어나 성장에 초점을 맞출 것을 촉구하는 공동 서한을 보냈다.

12개국은 헤르만 반롬푀이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호세 마누엘 바호주 집행위원장에게 보낸 모두 5쪽 분량의 공동 서한에서 유럽이 위기와 침체에서 벗어나려면 긴축 정책에서 벗어나 '일자리'와 '성장'에 초점을 맞추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리스 제2차 구제금융 지원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유로존 재무장관(유로그룹) 회의 당일 공개된 이 서한은 "지금의 위기는 성장의 위기"라고 규정한 뒤 긴축 정책은 성과 못지않게 많은 폐해가 있고 한계가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따라서 성장과 일자리에 초점을 맞춘 과감한 정책들을 펼 때라면서 개별 회원국은 물론 EU 차원에서 시급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서한은 "시장 접근과 경쟁을 방해하는 EU 내의 규제들을 철폐하고 패배주의적인 보호무역주의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며 프랑스와 독일 등의 규제 고수 방침도 겨냥했다.

서한은 8개 항목의 구체적 정책들을 예시하면서 특히 EU 역내 서비스 시장의 개방을 확대하고 각 부문의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독일은 자국 서비스시장과 전문직에 대한 진입 장벽이 높은 것으로 지적받고 있다. 프랑스는 무역개방에 대해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아울러 중국, 인도, 아시아, 중남미 등 신흥 국가들 뿐만 아니라 일본,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상에도 적극 나서라고 촉구했다.

공동 서한에 서명한 나라는 영국,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페인, 스웨덴, 핀란드,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아일랜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등이지만 독일과 프랑스 등 그동안 유로존 위기 와중에 긴축정책을 주도해온 두 강대국은 이 서한에 서명을 거부, 미묘한 갈등 양상을 드러냈다.

익명을 요구한 서명 국가의 한 고위 관리는 독일과 프랑스는 역내 서비스 시장 개방 확대 등 자유 시장에 관한 제안을 지지하지 않았다면서 두 나라는 자신들이 초안을 만든 것이 아니면 늘 서명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 서한은 내달 1~2일 정상회의에 대비해 EU 경제정책의 전환을 제안하기 위해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 등이 주도해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의 EU 관계업무 장관인 엔조 모아베로는 이날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에 들어가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우리는 프랑스와 독일을 포함한 많은 나라에 이 서한을 보냈으나 이에 관심을 보인 나라들과만 먼저 협력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몬티 총리는 이날 밀라노 증시에서 한 연설을 통해 "그리스 위기와 관련된 응급한 상황은 이제 지나갔다면"면서 성장에 집중할 에너지를 빼앗는 긴축 관련 협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