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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소득 불평등 다시 악화돼… 중산층 줄고 하위층 늘어

[재경일보 오진희 기자] 지난해 소득분배 구조가 다시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4분기 실질 소비지출은 10분기(2년반) 만에 마이너스를 보였다.

24일 통계청의 가계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득 불균형 상태를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전체 가구의 가처분소득 기준으로 지난해 0.311로 전년의 0.310보다 소폭 올랐다.

지니계수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2008년과 2009년 0.314로 정점에 오른 뒤 2010년 0.310으로 낮아졌다가 지난해 다시 소폭 상승한 것.

0~1 사이의 값을 갖는 지니계수는 0에 가까울수록 소득분배가 균등함을 뜻한다. 이번 소득분배지표에 사용된 소득은 가구원수가 다른 가구간 후생 수준을 비교할 수 있도록 균등화한 자료다.

상위 20%의 소득을 하위 20%의 소득으로 나눈 소득 5분위 배율도 5.73배로 전년도 5.66배에서 0.07배포인트 오르면서 금융위기 이후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다 지난해 다시 악화했다.

특히 시장소득 기준으로 소득 5분위 배율이 지난해 7.86배로 전체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를 시작한 2006년 이후 가장 높았다.

시장소득은 가처분 소득에서 공적 이전소득과 공적 비소비지출의 차를 제외한 것이다. 정부의 재분배 정책효과를 고려하지 않는 순수 시장에서 벌어들인 소득만 놓고 보면 상위 20%와 하위 20%의 소득 격차가 지난해 가장 컸다는 뜻이다.

상대적 빈곤율도 악화됐다.

가처분소득 기준 상대적 빈곤율은 15.2%로 전년의 14.9%에서 0.3%포인트 상승했다.

상대적 빈곤율은 소득이 중위 소득의 50% 미만인 계층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다.

시장소득 기준으로는 18.3%로 가장 높았다.

중산층의 비중도 다시 줄었다.

지난해 중위소득 50% 이상 150% 미만의 중산층 가구는 전체의 64.0%로 전년 64.2%에 비해 0.2%포인트 떨어졌다.

대신 중위소득의 50% 미만인 하위층 가구 비율이 14.9%에서 15.2%로 0.3%포인트 늘었다.

또 중위소득 150% 이상 고소득층 비율은 같은 기간 20.9%에서 20.8%로 감소했다.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지난해 4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388만3천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3% 증가했다. 이 가운데 근로소득이 7.7%, 사업소득은 6.2%, 이전소득은 12.1% 늘었다.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38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했다.

비목별로 보면 가정용품ㆍ가사서비스(-4.6%), 오락ㆍ문화(-2.5%), 교통(-0.7%) 등은 감소했지만, 음식ㆍ숙박(6.4%), 의류ㆍ신발(6.0%) 등은 늘었다.

특히 가격 변동 요인을 제거한 실질 기준으로 소비지출은 0.8% 감소해 2009년 2분기(-1.2%) 이후 10분기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명목 기준으로 소비지출이 늘었지만 실질 기준으로 감소했다는 것은, 소비에 쓴 돈은 많았으나 실제 소비한 양은 적었다는 의미다.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처분가능소득은 지난해 4분기 318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2% 늘었다. 흑자액은 80만원, 흑자율은 25.2%였다. 처분 가능소득 대비 소비지출 비중인 평균소비성향은 74.8%로 전년 동기 대비 3.0%포인트 내렸다.

소득 5분위별 가계수지를 보면 소득은 5분위 증가율이 8.4%로 1~4분위 증가율(6.1~7.2%)보다 높았다. 소비지출은 1, 3분위에서 5.9%, 5.0% 증가해 나머지 분위(1.0~3.6%)보다 지출이 컸다.

연간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 월평균 가계소득은 384만2천원으로, 소비지출은 239만3천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5.8%, 4.6% 증가했다.

비목별로 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식료품비 지출이 7.1% 증가했고, 월세 급등세 영향으로 주거비 지출도 5.5% 올랐다. 또 스마트폰 사용량이 늘면서 통신비도 3.1% 증가했다. 반면 교육비는 0.7% 감소했다.

가구 흑자액은 72만7천원으로 전국 단위로 조사를 시작한 2003년 이래 가장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