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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판 '조삼모사'… "비싼 스마트폰 싸게 샀다고요? 대신 요금제가 높겠죠"

[재경일보 박우성 기자] 이동통신판 조삼모사인가?

최근 스마트폰의 사양이 크게 향상되고 신제품이 쏟아져 나오면서 기기 가격이 100만원을 호가하는 등 크게 비싸지고 있지만 가계의 통신장비 지출은 오히려 줄어드는 기현상이 생기고 있다.

그러나 비싼 스마트폰을 싸게 샀다고 좋아하는 것도 잠시.

매달 통장에서 빠져 나가는 적지 않은 휴대전화 요금은 속을 쓰리게 한다.

이는 비싼 휴대전화 요금과 싼 기기값을 맞 바꾼 결과다.

결국 스마트폰 제조사와 이통사는 착시효과를 통해 많은 가입자를 유치해 배를 불릴 수 있지만, 소비자들은 실제로는 혜택을 받지 못하면서도 혜택을 받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된다.

27일 통계청의 가계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통신장비 지출은 2천613원으로, 지난 2003~2007년 월평균 6천400원가량이었다가 2008년 2천531원으로 크게 줄어든 뒤 2009년 1천897원, 2010년 1천750원 등으로 계속해서 2천원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가격이 80만~90만원대로 일반 휴대전화(피처폰)보다 고가인 점을 고려하면, 2008년 통신장비 지출이 이전의 3분의 1수준으로 줄어든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처럼 기기 구입 가격 부담이 크게 줄어들면서 지난 2008년 이후 보급되기 시작한 스마트폰은 지난해 말 기준 가입자가 무려 2천258만명에 달하고 있다.

이동통신업계 측은 이를 요금할인 보조금으로 설명하고 있다.

통신업계는 스마트폰의 가격 부담을 낮추어 많은 가입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그 당시부터 단말기 가격을 할인해주는 '요금할인 보조금제'를 운용했다.

가령 신규 가입해 5만4천원 요금제로 2년 약정하면 소비자들은 1만7천500원의 요금할인을 받을 수 있지만, 이 요금 할인혜택은 실제 통신료를 깎아주는 것이 아니라 단말기 가격 지급에 사용된다.

즉, 통신사가 기기값 중 42만원을 선납하고 이를 요금할인 형태(1만7천500원*24개월)로 회수하는 형식이어서 90만원짜리 스마트폰을 산 소비자라면 실제 기기구입을 위해 지급한 돈은 58만원가량 된다. 이런 요금할인 보조금은 대개 2년 약정이 끝나면 없어진다.

결국, 소비자가 스마트폰을 싸게 구입했다기보다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요금제에 가입한 대가로 구매 당시 기기 값을 싸게 살 수 있었던 것이지만 소비자는 비싼 기기를 싸게 구입할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해서 기분이 좋을 뿐이다.

요금할인 보조금을 제외한 나머지 돈을 할부로 낼 경우에는 할부 영수증이 별도로 지급되지 않고 통신요금청구서에 포함되기 때문에 스마트폰 구입비에 대한 '착시현상'이 더 심해진다.

기기 구입 당시 돈 한 푼 내지 않고 고가의 기기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기기를 산 이후에 소비자는 매달 빠져 나가는 단말기 할부금을 이동통신 요금으로 오인할 수 있다.

여기에는 통계청의 조사방식도 일조한다. 통계청이 가계의 지출내용을 파악할 때 표본가구가 직접 종이나 전자 가계부에 써넣은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기재자가 단말기 요금을 통신요금으로 착각해 통신요금으로 표기하면 이를 확인할 길이 없다.

실제 스마트폰 사용이 보편화되고 정부가 이통사에 가격 인하를 압박해 통신요금이 낮아졌으나 통신서비스 지출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데서 이런 점을 알 수 있다.

지난해 통신 3사가 기본료를 1천원 인하했음에도 지난해 가구당 통신서비스 지출액이 월평균 14만44원으로 전년 13만6천682원에서 2.5% 증가했다.

또, 이와 대조적으로 통신 3사의 매출액은 0.6%~1.9% 떨어졌다. 통신서비스 지출액에 인터넷과 일반전화료가 포함됐지만 휴대전화요금 비중이 큰 것을 고려하면 통신서비스 지출이 증가했는데 통신사 매출이 감소한 것은 특이한 현상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통신사 고객들이 통신사의 약정 요금할인 금액을 단말기 할인으로 잘못 알고 있어 통신장비 금액은 실제보다 낮게, 통신요금은 실제보다 높게 인식하고 있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요금청구서에서 통신요금을 단말기 할부금, 소액결제 등 다른 비용과 구분해 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