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윤식 기자] 세계 3위 D램 메모리 반도체 생산업체 일본 엘피다가 실적 부진에 따른 자금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부채 총액은 4천480억엔(6조원)을 넘어 일본 내 제조업체 파산 규모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엘피다메모리는 27일 도쿄증권거래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쿄지방재판소(지방법원)에 회사갱생법(법정관리) 적용을 신청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3월 현재 부채 총액은 4천480억엔(약 6조2천500억원)이라고 밝혔다.
교도통신은 이에 대해 "일본 내 제조업체 파탄 규모로 사상 최대"라고 전했다.
자회사인 아키타(秋田)엘피다메모리도 이날 회사갱생법 적용을 신청했다.
자회사의 부채 총액은 약 79억엔(약 8조9천230억원)이다.
도쿄증권거래소는 내달 28일 엘피다를 1부 상장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엘피다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에 이은 세계 3위 D램 업체로 오는 3월 말~4월 초까지 920억엔(약 1조3000억원) 규모의 채무를 상환해야 하지만,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D램 가격과 엔고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최근 5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심각한 재정압박에 시달려 왔다.
특히 2011 회계연도(2011년 4월∼2012년 3월)에 1천억엔(약 1조4천억 원) 이상의 순손익 적자를 낼 것으로 보여 자본의 급격한 잠식이 예상되고 있다.
엘피다는 그동안 자금난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에 공적자금 지원을 요청하는 한편 4,5위 업체인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대만의 난야와 경영통합을 통해 다국적 연합군을 만들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에 대항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지만 최근 마이크론 CEO가 비행기 사고로 떠나는 등 악재가 계속되면서 교섭에 난항이 계속됐다.
특히 일본 정부와 채권단에게 도움을 요청하면서 이번 달 중순 빚을 탕감해주거나 돈을 더 지원해주도록 압박하기 위해 “사업 지속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밝혀 파산 가능성을 직접 밝히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이 500억 정도에 불과해 4월 이후 차입금을 갚을 자금 조달의 방안이 보이지 않자 엘피다는 자력에 의한 경영정상화를 포기하고 결국 파산보호신청을 하게 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회사는 이미 리먼브러더스 사태 직후인 2009년에 '산업활력재생법'의 적용을 받아 정부로부터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바 있다. 정부 산하 일본정책투자은행으로부터 300억엔을 출자받았고, 미쓰이스미토모(三井住友)은행 등 4개 은행으로부터 1천억 엔의 협조융자를 받기도 했다.
앞으로 엘피다는 채무가 동결되는 법정관리를 받으면서 자산 매각과 경비 절감, 공적자금 지원 등을 통해 재기를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경제산업상은 "매우 유감스러운 사태"라며 "(엘피다가) 하루빨리 사업을 재건해 국내 생산을 유지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엘피다는 지난 1999년 일본 전자업체인 NEC와 히타치(日立)제작소의 D램 사업을 통합해 'NEC히타치메모리'라는 이름으로 발족했지만, 세계 D램 시장에서 한국의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에 밀리며 고전했다.
한편, 현재 D램 세계시장 점유율은 삼성이 45.1%로 1위를 차지하고 있고, 하이닉스반도체(21.6%), 엘피다(12.2%), 마이크론테크놀로지(12.1%) 등이 뒤를 잇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