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유진 기자] 1960년대 전국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다 70년대 몰락해서 사라진 '삼학소주'를 되살리겠다며 가짜 기공식까지 열어 노인들에게서 수억원의 투자금을 모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잡혔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소주를 생산하면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며 노인들을 상대로 투자금 명목으로 거액을 받아 챙긴 혐의(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김모(61)씨 등 2명을 구속하고 박모(57)씨 등 1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 등은 지난해 6월 금융위원회 인가도 없이 노인들의 왕래가 많은 동대문구 한약상가 인근에 ㈜삼학양조라는 투자유치 회사를 만든 뒤 김모(85·여)씨에게 "70년대를 풍미했던 삼학소주를 다시 부활시키겠다며 시장점유율 5%는 확실해 투자금의 70배 이상을 돌려주겠다"고 속여 4천만원을 받는 등 올해 2월까지 총 1천360명의 노인들을 상대로 8억원 가량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김모씨는 지난해 12월 지인으로부터 6개월 안에 투자금을 4배 이상 불릴 수 있다는 투자처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설명을 한 번 들어보자는 지인의 말에 동대문구에 있는 삼학양조 사무실을 방문했다 유혹에 넘어가 강남의 사채업자에게 집을 담보로 대출까지 받아 4천만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이는 모두 거짓말이었고, 사기를 당한 사실을 안 김씨 가족이 이를 경찰에 신고했다.
이들은 주로 노인들인 피해자들을 속이려고 전남 영광군에서 3천만을 들여 옹벽공사를 하는 등 소주공장 기공식을 여는 것처럼 꾸민 뒤 노인들과 전직 3선 국회의원, 연예인까지 동원해 공장 기공식과 설명회까지 여는 치밀한 모습을 보였다.
또 신문과 홈페이지를 이용해 "그때 그 시절! 그리운 소주! 내년에 최고의 제품으로 찾아뵙겠다"면서 대대적으로 홍보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실제 주류 제조면허도 없었고 공장 부지를 매입할 자금도 없었다"며 "노인들을 상대로 옛 소주의 향수를 자극해 생활비까지 뜯어낸 뒤 직원들 급여 등으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현재 '삼학'이란 상표의 특허권리자는 모두 소멸돼 없는 상태로, 특히 선량한 노인들을 노린 범죄에 대해 주의를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