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전재민 기자] 신용카드를 직불카드로 대체하면 가맹점 수수료가 연간 2조6천900억원 절감돼, 신용카드보다 사회적 비용이 적은 직불카드를 더 많이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조세연구원이 5일 '제46회 납세자의 날'을 맞아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한 '납세의식 제고를 위한 조세정책 방향'이라는 토론회에서 이 연구원의 김재진 연구위원은 정부의 지난 10년간 신용카드 활성화 정책을 평가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정부는 자영업자의 세원 투명성을 높이고자 신용카드 사용에 따른 부가가치세 세액공제, 신용카드 이용금액 소득공제, 신용카드 영수증 복권제도 등 신용카드 활성화 정책을 시행해왔는데, 이것이 세원 투명성을 높여 세수 증가에 기여하기는 했지만, 가맹점 수수료가 크게 늘어난 데다 소득공제 혜택이 고소득자에게 집중되고 고무줄 수수료 등으로 업종별 갈등이 일어나는 등 사회적 비용이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먼저 신용카드 활성화 정책으로 종합소득세 신고분(자영업자 소득)의 탄성치가 2005~2009년 2.17로 국세 탄성치인 1.20보다 크게 나타나는 등 세수 증가에는 적지 않은 기여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세탄성치는 세수입의 성장률을 국민소득 성장률로 나눈 것으로, 경제가 성장하는 것보다 세금이 더 걷히면 1보다 커진다. 종소세 탄성치가 국세보다 크다는 것은 종소세로 거둔 세금의 증가분이 국세보다 더 컸다는 의미다.
또 종합소득세 납세인원이 2000년 340만명에서 2009년 497만명으로 46.2%나 늘고, 장부ㆍ증빙에 의한 신고 비중이 43.3%에서 59.4%로 커지는 등 신용카드 활성화 정책이 세수 증가에도 기여했다.
그러나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2000~2010년 신용카드 가맹점이 부담하는 가맹점 수수료가 52조6천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또정부의 각종 활성화 대책 시행에 따른 조세지출비용이 19조1천925억원에 달했다. 특히 조세지출 가운데 소득공제 혜택은 고소득자에 집중됐다. 2010년 귀속 과세대상 기준으로 '1천만원 미만'
소득구간에서 1인당 평균 소득세 경감액은 6천898원에 불과한데 '8천만원 초과'에선 42만1천70원에 달했다. 그나마
2010년부터 신용카드 한도가 5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축소된 탓에 '8천만원 초과' 구간의 감면액이 2009년
62만532원에서 32.1% 감소했다.
'고무줄 수수료율'도 문제여서 가맹점의 협상력에 따라 가맹점 수수료율 편차가 컸다. 주유소의 평균 수수료율이 1.50%이라면 유흥ㆍ사치업은 4.33%에 달했다. 동일 업종간 수수료율 편차가 최대 172.68%나 났다.
이에 따라 김 연구위원은 신용카드가 보편적인 결제수단으로 자리 잡고 자영업자의 과표양성화가 어느 정도 달성됐기 때문에 신용카드 소득공제제도를 축소 또는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사회적 비용이 낮은 직불ㆍ체크카드 활성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불카드는 가맹점 수수료율이 신용카드보다 낮다. 2000~2010년까지 신용카드 거래를 직불카드로 대체됐다면, 가맹점 수수료 부담이 약 29조6천100억원 덜어졌을 것이라고 김 연구위원은 추산했다. 연평균으로는 수수료 절감액은 2조6천900억원이었다.
그는 아울러 수수료 부담 완화를 위해 카드발급사와 채권매입사가 분리된 형태의 '4-당사자' 체제로 전환하고 '여신전문금융업법'에서 카드결제거부 불가 규정, 수수료 추가부과 금지규정 등을 폐지할 것을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