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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의회에 울려퍼진 탈북자 모녀의 `호소'

[재경일보 유재수 기자]

中탈북자 강제송환 청문회.."미국이 나서달라"

"중국 공안으로부터 탈북자를 넘겨받은 북한 보위부 요원들은 `너희들은 이제부터 개'라고 말하고 수갑과 사슬을 채워 끌고 다니면서 마구 때립니다"

미국 의회 산하 의회ㆍ행정부 중국위원회(CECC)가 5일(현지시간) 개최한 `중국 탈북자 강제송환 청문회'에는 탈북자 모녀 한송화, 조진혜씨가 증인으로 함께 출석, 직접 겪은 고초를 증언해 참석자들을 놀라게 했다.

과거 4차례나 중국에서 북한으로 송환됐다는 이들 모녀는 보위부 요원들이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자행하고 있는 상상하기 어려운 고문과 성폭력을 생생하게 전하며 국제사회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씨는 "북한으로 송환돼 끌려간 수용소에서는 새벽 5시부터 밤늦게까지 노동을 해야 한다"면서 "지친 몸을 이끌고 일자리에서 돌아온 우리에게 배급되는 것은 옥수수와 쌀이 섞인 주먹밥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밤 11시까지 자아비판을 한 뒤 우리는 서로 옷과 몸에 붙어 있는 벼룩과 이를 잡고 몇시간 눈을 붙인 뒤 다시 끌려나갔다"고 말했다.

한씨는 또 "겨울에는 제대로 된 신발도 없어 천 조각으로 발을 감싸고 눈 위에서 일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동상에 걸렸지만 일을 계속해야만 했다"면서 "맨손으로 시체를 치우기도 했다"고 말했다.

딸 조씨는 "한 여자로서 내가 목격하고 경험한 것을 말하는 것조차 어렵다"면서 보위부 요원들의 끔찍한 `만행'을 증언했다.

그는 보위부 요원들이 탈북자들이 숨긴 돈을 찾는다면서 여성들의 항문, 자궁 등을 고무장갑을 낀 손으로 수색하기도 한다면서 "한번은 16살 밖에 되지 않은 소녀가 이 때문에 자궁출혈을 겪기도 했다"고 말했다.

조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도 갖가지 고문으로 정신을 잃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고 말하면서 당시의 악몽이 떠오르는 듯 몸서리를 치기도 했다.

이들 모녀는 이날 증언을 끝내면서 미국과 국제사회가 탈북자들의 `생존'을 위해 나설 것을 간절하게 호소했다.

한씨는 "미국이 받아준 각국 난민들은 수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난 2004년 북한인권법이 의회를 통과한 이후 지금까지 130명의 탈북자만 미국으로 망명했다"면서 "제발 두려움에 떨면서 자유를 갈망하는 탈북자들을 도와달라"고 말했다.

조씨는 "지금 중국에 있는 수십명의 탈북자들이 북으로 강제송환된 이후 겪어야 할 고문과 공포에 떨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너무 가슴이 아프다"면서 "이들을 구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수전 솔티 북한인권연합 대표는 "지난해말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새 지도자 김정은이 100일 애도기간에 탈북하는 사람은 가족을 처형하라는 지시를 내려 상황은 더 악화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세계에서 탈북자 문제가 이슈화하고 있는 지금이 중국의 강제송환을 막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면서 국제사회의 동참을 호소했다.

친한파 의원으로 알려져 있는 에드 로이스(공화) 하원의원도 중국의 인권상황에 대해 `악몽(nightmare)'이라고 표현한 뒤 국제사회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AI)의 T. 쿠마르 국장은 미 정부가 중국과 북한을 상대로 탈북자들에 대한 탄압을 즉각 중단하도록 외교적 채널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촉구했으며, 북한인권위원회(HRNK)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유엔이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청문회에는 미 의회와 행정부 관계자들은 물론 내ㆍ외신 기자, 시민단체, 주미한국대사관 관계자 등 60여명이 참석해 최근 한ㆍ중 외교이슈로 부상한 탈북자 강제송환에 대한 미국 내 관심을 반영했다.

그러나 미 의회에서는 크리스토퍼 스미스 CECC 위원장과 로이스 의원 등만 자리를 함께 해 아쉬움을 남겼다는 지적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