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그리스 국채 교환 시한이 8일 자정(이하 현지시간)으로 임박한 가운데 일부 채권단이 국채 교환에 동참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에 다시 암운이 드리워지고 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다우 지수가 6일 올해 들어 처음으로 세자릿수 폭락하는 등 뉴욕 증시의 3개 지수가 모두 주저앉았고 유럽 증시도 그리스 국채 문제로 일제히 하락, 금융시장을 출렁이게 만들고 있다.
그리스 정부 관계자는 6일 로이터에 그리스 국채를 보유한 4개 그리스 연기금이 조건에 대한 불만 때문에 국채 교환을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은 노조가 특히 강한 언론, 경찰, 자영업 및 호텔 종사자 연기금으로, 보유 국채 규모가 20억 유로다.
그리스는 2차 구제의 핵심 조건으로 모두 2천60억 유로의 국채를 신규 채권으로 교환해야 하며, 이와 관련해 그리스 법에 따라 발행된 국채는 채권단의 75% 이상이 교환에 동의하면 나머지에도 강제 적용되는 조항이 합의된 상태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교환 대상인 2천60억 유로의 채권 가운데 86%가 여기 해당한다면서 나머지 14%는 국제법에 따라 발행된 경우라고 지적했다.
AFP는 "국제법에 따라 발행된 그리스 국채를 보유한 채권단도 교환 동참 여부를 늦어도 4월 11일까지 결정해야 한다"며 그리스 정부가 이런 점을 의식해 6일 국채 교환이 실패하면 최악의 사태인 무질서한 디폴트(채무 불이행)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거듭 경고했다"고 전했다.
그리스는 오는 20일 144억 유로의 채무를 상환해야 하기 때문에 그전에 국채 교환이 타결돼 2차 구제 금을 전달받기 시작하지 못하면 국제사회가 우려해온 디폴트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그리스 국채 교환 협상에서 민간 채권단을 대표했던 국제금융협회(IIF)의 비밀 보고서가 "국채 교환이 실패하면 유로존에 대한 충격이 1조 유로(한화 1천482조원)에 달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드러나 금융시장을 더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IIF 내부 회람용으로 제작된 지난달 18일자 보고서에 의하면, 그리스가 '질서없는 디폴트'에 빠지면 우선 유럽중앙은행(ECB)이
자본의 "200%가 넘는" 1천770억 유로의 손실이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또 이미 구제받은 포르투갈과 아일랜드를 추가 지원하지
않을 수 없으며 그 비용이 5년간 합쳐서 3천800억 유로에 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로 위기가 이처럼 심화하면 급기야 스페인과 이탈리아도 구제하지 않을 수 없으며 여기에 드는 비용도 3천500억 유로에 달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경고했다.
이밖에 유럽 은행 자본 보강에도 1천600억 유로가 더 필요할 것으로 보고서는 덧붙였다.
보고서는 이어 그리스가 디폴트 되면 "경제가 더 심각하게 추락하면서 사회 소요가 파국적으로 확산한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로이터와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 같은 IIF 비밀 보고서 경고에 대해 채권단의 국채 교환 동참을 압박하려는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전했다.
한편, 그리스 국채 교환 작업이 난항을 겪으면서 유로존 위기국의 채권 수익률이 또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6일 13베이시스포인트(bp) 상승해 5.03%가 됐으며, 스페인 10년만기 국채도 5.10%로 10bp 상승했다.
반면 '안전 자산'인 미 국채 시세는 뛰어, 10년 물은 수익률이 이날 1.94%로 전날보다 0.8bp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