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오진희 기자]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매주 주재하고 있는 물가 관계장관회의에 관계부처 장관들이 거의 참석하지 않으면서 `차관회의'로 전락하고 있다.
회의의 `좌장'인 박재완 장관은 급기야 '장관 출석률을 점검하겠다'며 최근 회의에서 `군기 반장'을 자처했다는 후문이다.
15일 정부 관계부처에 따르면, 교육과학기술부, 행정안전부, 지식경제부 등 물가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부처들과 관세청, 국세청 등 청(廳)급 기관의 수장이 참석하는 것이 원칙인 이 회의에 기재부와 농림수산식품부, 공정거래위원회, 국무총리실을 제외한 대부분 부처에서 최근 장관 대신 차관이 물가관계장관회의에 대거 참석했다.
기관장 일정에 따라 차관이나 1급 간부들을 대신 참석해도 되지만 회의명이 `물가관계장관회의'인 만큼 장관이 참석하는 것이 바람직한 상황에서 장관 참석률이 떨어지자 매주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박재완 장관이 지난 9일 회의가 끝날 무렵 작심한 듯 "누군가는 (물가장관회의의) 출석률을 체크하고 있을 것"이라며 결국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박 장관은 멕시코시티 G20(주요20개국) 재무장관회의 참석을 마치고 지난달 29일 아침 귀국하자마자 공항에서 간단히 세수하고 중앙청사로 직행해 물가회의를 주재한 적도 있을만큼 회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만큼 다른 부처 장관들의 무성의한 태도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로 물가관계장관회의의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각 부처의 장·차관의 출결상황을 꼼꼼히 기록하고 있다.
박 장관이 주재하는 위기관리대책회의와 대외경제장관회의 등 유사한 성격의 장관급 회의가 존재하고 부처별 외부 강연과 출장 등 소화해야 할 일정도 많아 타 부처 장관이 물가 관계장관회의에 꼬박꼬박 참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지만 지난해 7월 이명박 대통령이 물가 관계장관들을 청와대로 불러 물가관리 `특명'을 내리자 저조했던 장관 참석률이 `반짝' 상승하기도 하는 등 상부에서의 엄포가 있어야 참석률이 높아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2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4개월 만의 최저치인 3.1%로 낮아지기는 했지만,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를 넘는 초(超)고유가가 지속되며 물가불안 우려가 고 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장관들이 물가회의 참석을 게을리하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은 곱지 않다.
한 정부 당국자는 "물가는 대통령의 관심 사안이고 정부도 물가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일부 부처 장관만 열심히 출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