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오진희 기자] 남편과 부인이 둘 다 일하는 맞벌이 가구가 외벌이 가구보다 두 배 가량의 소득을 더 거둘 것으로 생각되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LG경제연구원은 25일 내놓은 '한국 맞벌이, 가사노동 시간이 부족하다' 보고서를 통해 맞벌이 가구 소득이 외벌이 가구보다 고작 15%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맞벌이 여성들이 장시간 근로 탓에 가사노동의 시간이 부족해 가사노동을 위한 지출이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맞벌이 주부는 퇴근 후 육아, 가사 등에 하루 평균 3.7시간을 쏟는 것으로 나타나 일본(4.8시간)이나 미국(4.5시간)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부족한 가사노동 시간으로 인해 식사준비를 할 시간이 없어 외식을 하거나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어 육아도우미를 고용해야 하는 등 외벌이보다 한 달 평균 20만원을 더 써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맞벌이를 함으로 부인이 돈을 벌기는 하지만 그만큼 지출이 늘어나는 것이다.
또 연구원은 부인이 가사노동을 포기하는 만큼 눈에 보이지 않는 효용도 감소한다고 지적했다.
집 청소가 안 된 지저분한 상태로 내버려둔다든지, 빨래를 자주 하지 못한다든지, 어린이를 혼자 두어도 일종의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 같은 현실로 인해 맞벌이 가구가 외벌이 가구에 비해 70만원의 효용을 손해본다고 분석했다.
이를 고려하면 맞벌이와 외벌이의 소득 격차는 겨우 15%에 불과하다는 추산도 했다.
하지만 미국은 같은 계산법을 적용해보면 맞벌이가 외벌이보다 50%나 더 버는 것으로 추정됐다.
보고서는 이러한 격차에 대해 한국 여성의 낮은 임금수준과 장시간 근로 때문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정부의 보육비 지원 정책이 한시적 도움은 될 수 있으나 근본적으로는 장기간 근로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며 시간제 근무, 유연 근로제 등 탄력적 근무방법의 도입을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