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미국이 세계은행 총재 후보로 지명한 김용 다트머스대 총장이 다른 2명의 학자와 함께 쓴 `신자유주의 비판서'가 일부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문제의 책은 김 총장이 지난 2000년 조이스 밀렌 미 윌라메트대 교수 등과 함께 쓴 '성장을 위한 죽음(Dying for Growth)'이다.
신문에 따르면, 일부 경제학자는 이 책이 광범위한 성장과 관련해 초점을 보건 정책 쪽에 과다하게 맞추고 있다면서 저자의 한 사람인 김 총장이 성장을 이끌어야 하는 세계은행 총수로서 자격이 있느냐는 점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 책이 "신자유주의"와 "기업 주도 성장"을 비판하면서 이것이 많은 경우 개발도상국의 중산층과 빈곤층을 어렵게 하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는 것이다.
신문은 또 김 총장 책의 여러 곳이 논란의 소지를 제공한다면서 한 예로 저자들이 함께 쓴 서문에서 "이 책은 국내총생산(GDP)과 기업 수익 증가를 추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몇백 만 명의 삶을 어렵게 한다는 점을 입증하는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지적했다.
뉴욕대의 윌리엄 이스털리 경제학 교수는 이와 관련해 "김 총장이 (취임하면) 반 성장 노선을 가진 첫 세계은행 총재가 되는 것"이라면서 "세계은행의 노선을 가장 신랄하게 비판해온 나 같은 사람조차 성장을 원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신문은 "김 총장이 보건 전문가이기 때문에 그의 경제학적 노선이 상대적으로 덜 드러나 왔다"면서 "성장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명확하게 하지 않으면 신흥국이 지명한 2명의 다른 후보를 유리하게 할 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세계은행은 김 총장과 함께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나이지리아 재무장관과 콜롬비아 재무장관을 지낸 호세 안토니오 오캄포 미 컬럼비아대 교수를 3명의 후보로 공개했으며, 이들 가운데 1명이 오는 4월 20-12일 세계은행 회동에서 신임 총재로 선출된다.
그러나 김 총장의 측근과 미 재무부는 이 신문에 지난 1990년대 말 신자유주의 비판 풍조가 퍼져 있었음을 지적하면서 '김 총장이 성장 분배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리고 이 때문에 세계은행도 개발 정책 기조에 변화를 줬다는 점도 강조했다.
책을 함께 쓴 밀렌 교수는 "김 총장이 탁월한 학자이며 성장의 필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이 책에서 성장이 그 자체로는 불충분하며 자동으로 모든 이의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