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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B "아시아, 장기적 성장 위해 양극화 해결해야"

[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아시아개발은행(ADB)은 13일 발표한 `아시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양극화 해결'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또 아시아 국가들이 안정적으로 성장하려면 수출구조 다변화, 국가 간 자본이동 모니터링, 내수확대, 건전재정정책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ADB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부터 세계 시장은 진검 승부에 들어갈 전망이다.

ADB는 "재밌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지난 2~3년간은 워낙 미국·유럽발 외부 쇼크가 커서 아시아 경제는 전반적으로 같이 움직였다. 이제 상대적으로 외부 충격이 줄어들면서 지역별, 국가별 특징에 따라 성장률이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아시아가 장기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 `양극화'라고 지적했다.

ADB는 "아시아는 남미보다 불평등도가 낮지만 경제성장과 함께 지역·계층 간 소득 불평등과 국가 간 불평등도가 커졌다"고 지적했다.

소득 불균형을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아시아 개도국이 0.28~0.51,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은 0.30~0.66, 중남미 국가들은 0.45~0.60이다.

0~1 사이인 지니계수는 0에 가까울수록 소득분배가 균등하다는 뜻이다.

ADB는 세계화와 시장친화적인 개혁으로 인해 최근 아프리카·중남미에서 불평등도가 완화하는데 아시아 개도국은 오히려 높아지는 추세라고 우려했다.

친시장 정책은 자본, 숙련노동, 도시지역에 우호적일 수밖에 없어 노동자의 노동소득 비중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ADB는 "1960~1970년대에는 성장과 소득불균형 해소가 같이 갔다. 한국이 아시아의 모범적인 사례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부터는 역사적 패턴이 바뀌어서 거꾸로 가고 있다. 반면 브라질 등 라틴아메리카는 아시아만큼 빨리 성장하진 않아도 소득불균형은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득불균형을 해결하지 않으면 성장 모멘텀에 제동이 걸린다. 사회적 불만이 커지면 `아랍의 봄'같은 사태가 터지고 비효율적인 포퓰리즘 정책도 쏟아진다. 그렇게까지 나빠지기 전에 뭔가 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불평등도 증가의 25~35%는 '교육 불평등'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대부분 아시아 국가에서 상위 5%가 전체 지출의 17~22%를 차지한다.

ADB는 "대졸과 고졸의 임금격차를 없애려고 하면 부작용이 생긴다. 대신 못 사는 집 아이들이 대학에 가서 공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난한 집 아이들이 부유층보다 초·중학교에 못 갈 확률은 3~5배, 대학에 못 갈 확률은 10~20배에 이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값등록금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다.

ADB는 "인도네시아는 기름 값을 싸게 유지하려고 보조금을 계속 줘왔다. 이 보조금이 GDP의 3.4%로 인프라 투자보다 더 많다. 그런데 지원금의 80%를 빈곤층이 아니라 부유층이 타간다. 기름은 자동차 있고 집 있는 사람들이 많이 쓰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값등록금을 하면 혜택이 중산층과 빈곤층 중 어디로 가겠느냐. 보조금을 설계할 때는 재원 확보를 반드시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ADB는 "다른 나라는 불평등 해결을 위해 인프라 투자를 늘릴 수 있다. 재원 마련을 위해 인도네시아 같은 나라는 비효율적인 보조금을 폐지하면 된다. 한국은 비효율적 보조금도 없고, 안정된 상태라서 어디를 손볼지 어려운 게 사실지만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ADB는 또 아시아 개도국에 교육·인프라·사회안전망에 투자하고 조세기반을 튼튼히 하라고 제언했다.

중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국경 내 노동이동 제한을 풀고 발전이 덜 된 지역에 재정지원을 늘려 지역 성장거점을 만들라는 대책도 냈다.

ADB는 "불평등을 완화하려면 중소기업 육성과 고용친화적인 성장이 뒷받침해야 한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