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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수 "한국 등 亞 신흥국 지속성장 보장 없다"

[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신흥국들이 최근 괄목할만한 경제적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해서 앞으로도 지속성장을 보장받는 것은 아니라고 18일(미 동부시간) 지적했다.

아시아 소사이어티 초청으로 미국을 방문한 김 총재는 이날 오후 뉴욕 맨해튼의 아시아 소사이어티 본부에서 미국 내 재계, 금융계, 언론계 인사들을 대상으로 '신흥 아시아의 부상과 세계 경제 회복'이라는 주제로 강연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김 총재는 "아시아 발전모델은 높은 해외 의존도와 선진기술 모방, 취약한 금융시장 등 제약요인도 많다"면서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앙지가 미국, 유럽 등 선진국임에도 아시아 신흥국들이 큰 영향을 받는 것은 높은 대외의존도에 기인하는 만큼 국내수요 활성화에 기초한 성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총재는 또 "세계 경제의 회복과 균형 발전을 위해서는 금융위기가 아시아로 전염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글로벌 유동성을 관리할 수 있는 국제기구가 없으므로 각국의 정책 공조가 강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각 지역의 문제 해결을 위한 국지적 균형 노력보다는 주요 20개국(G20) 회의와 같은 범세계적 모임을 활성화해 글로벌 균형을 통한 세계 경제의 장기적인 안정 성장을 도모하고 글로벌 금융자원이 아시아 신흥국의 사회기반시설 구축 등 생산성이 높은 부문으로 투입될 수 있도록 글로벌 차원의 정책수단 개발과 금융제도 개혁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이어 한국 경제는 앞으로도 견실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나 중장기 성장률은 점차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이에 대한 준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는 설비투자 등 내수를 중심으로 지난해에 이어 3%대 중반 수준의 성장을 보일 전망이나 성장경로에는 유가 상승 압력, 유로지역 재정위기 전염 가능성 등 해외 위험요인의 영향을 고려할 때 당분간 하방 리스크가 높게 유지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출산율 하락, 인구 고령화 등으로 성장률이 점차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향후 성장잠재력을 높이려면 과거의 양적인 요소투입주도형 성장에서 질적인 생산성주도형 성장으로의 이행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김 총재는 지적했다.

김 총재는 최근 발효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는 한·미 양국에 경제적 편익을 제공해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한미 FTA로 대미 수출 모멘텀 유지에 도움이 되고 기술력 및 품질에 비해 크게 뒤떨어진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요인으로도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외국직접투자(FDI) 확대 등으로 금융, 법률, 회계, 컨설팅 등 상대적으로 취약한 서비스업 등에서의 경쟁력 향상을 기대했다.

미국으로서도 한국 시장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진 만큼 서비스업 등 비교우위 업종을 중심으로 좋은 기회가 될 것이며 고품질의 한국산 부품, 소재 등을 낮은 가격에 구입할 수 있어 신규 공급선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

또한 "한국은 세계 경제 2위 국가로 부상한 중국과 교역규모가 큰 데다 한·중·일 FTA 체결 논의도 진전되고 있어 미국 및 유럽 기업의 입장에서 한국 시장으로의 진출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다만 단기적으로는 양국 모두 비교열위 업종에서의 어려움이 예상되는 만큼 이들 업종에 대한 배려와 함께 체질 개선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