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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 회장의 이상한 투자… 하빈저캐피탈 실체 드러날까?

최태원 SK 회장 형제가 회사자금을 유용해 투자한 곳이 창투펀드인 베넥스인베스트먼트 외에 또다른 곳이 하나 더 있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SK의 또 다른 해외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는 곳은 헤지펀드 '하빈저캐피털'이다.

한겨레21 4월 23일자 907호에 따르면, SK의 하빈저캐피털에 대한 투자는 최 회장 형제가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베넥스인베스트먼트와 많은 부분이 닮았다.

먼저 베넥스인베스트먼트의 김준홍 대표처럼 하빈저캐피털에서 일하는 은진혁(영어명 짐 은(Jim Eun))씨도 최태원 회장과의 인연이 10년을 넘길 정도로 깊다.

은씨는 지난 2000년 벤처기업인 모임인 브이소사이어티에서 최태원 회장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은 2005년 SK이앤에스(당시 SK엔론)에 맥쿼리증권이 대주주로 참여하면서 사업으로 이어졌다. 이 때 맥쿼리증권이 SK이앤에스의 지분 49%를 인수하자 은씨가 등기이사로 파견돼 활동했다. 당시 은씨는 인텔코리아에서 맥쿼리증권으로 옮겨 전무를 맡고 있었다. 은씨는 2008년 7월8일까지 SK이앤에스의 이사를 지냈다.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된 뒤 은씨는 맥쿼리증권에서 나와 하빈저캐피털로 옮겼다. 그가 하빈저캐피털에 입사한 이후 SK 계열사의 돈이 유입됐다.

하빈저캐피털에도 SK 계열사가 동원됐다는 점도 닮았다. SK는 하빈저캐피탈이 운용하는 2개의 펀드와 대주주로 있는 1개 회사에 투자자로 참여한 상태다. 글로벌오퍼튜너티브레이크어웨이펀드·하빈저차이나드래곤펀드와 이동통신사 라이트스퀘어드다.

글로벌오퍼튜너티브레이크어웨이펀드에는 SK텔레콤이 2억달러(지분율 88.9%)를, 하빈저차이나드래곤펀드에는 SK네트웍스와 SK이노베이션이 각각 2억달러(지분율 40%)와 1억달러(지분율 20%)를 출자했다. 라이트스퀘어드에는 SK텔레콤이 6천만달러(지분율 3.3%)를 투자했다. 라이트스퀘어드를 제외한 2개 펀드는 SK 계열사가 지분을 독식하고 있다.

이 펀드들은 상장되지 않아 투자자나 관리보수 등의 정보가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이 펀드들에 베넥스인베스트먼트처럼 높은 수수료를 지급하는지 혹은 최태원 회장 형제의 돈이 투자됐는지 등을 확인할 수 없다.

이에 대해 SK측은 “하빈저캐피털과 맺은 비밀준수의무 계약 때문에 관련 자료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다른 해외 펀드들과 똑같은 수준에서 관리보수 계약을 맺었다”고 말했다.

SK의 베넥스인베스트먼트와 하빈저캐피털 투자에는 최태원 형제가 관련돼 있다는 점도 닮아 있다. 펀드와 관련 있는 인물들이 총수와 친분이 있어 돈을 유치한 뒤 이를 사적으로 이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지점이다.

실제로 이런 의심은 검찰이 베넥스인베스트먼트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사실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SK그룹의 고위 임원은 “내가 재무 담당자라면 (베넥스인베스트먼트이든 하빈저캐피털이든 투자를) 막았을 텐데 아무도 그러지 않았다”며 “회장 지시에 반대하면 바로 쫓겨나니 반대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SK의 투자는 최 회장 형제가 선물 투자에서 큰 손실을 본 뒤 본격화된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 형제는 지난 10여 년 동안 5천억원의 돈을 선물 투자에 사용했다.

선물 투자에서 큰 손실을 본 2008년에 국내에서는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SK 계열사의 돈이 집중적으로 유입됐다. 이듬해부터는 해외의 하빈저캐피털의 펀드들에 SK 계열사의 돈이 흘러 들어갔다.

하지만 SK측은 신규사업 진출을 위해 전문성 있는 창업투자회사(베넥스인베스트먼트)와 헤지펀드(하빈저캐피탈)를 이용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SK 관계자는 “베넥스인베스트먼트는 국내에서 신규사업을 찾으려고 비싼 관리보수를 주면서까지 투자한 것이고, 하빈저캐피털도 에너지·통신 분야에 전문성이 있어 투자가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SK가 미국·베트남·중국 등에 직접 투자를 했지만 성공적이지 않았다”며 “그래서 그쪽 분야에 전문성 있는 헤지펀드에 투자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런 투자는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국내 창업투자회사의 고위 임원은 “베넥스인베스트먼트의 경우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투자한 것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이상하다”며 “하빈저캐피털도 다른 대기업에서는 찾을 수 없는 투자 유형”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상한 투자의 배경으로 최태원 회장이 거론되는 이유다.

SK의 고위 임원은 “하빈저캐피털이나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대한 수천억원의 투자는 위(최태원 회장)에서 지시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며 “계열사별로 연말마다 실적평가를 받는데 수천억원을 제대로 수익도 나지 않는 곳에 투자하는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전문경영인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SK그룹의 고위 임원은 “은진혁씨는 SK이앤에스에서 퇴사한 뒤에도 SK그룹과 최 회장 일을 컨설팅해주는 구실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SK측은 “비밀준수의무 계약으로 인해 보여줄 수는 없지만 투자금이 투자 목적 외로 쓰이거나 빠져나간 적은 추호도 없다”며 “검찰에서도 하빈저캐피털에 대한 수사를 했지만 뚜렷한 혐의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의 말을 들어 보면 SK측의 하빈저캐피털에 대한 거액 투자는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이상한 투자 유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