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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만과 이건희, 상생경영과 상처경영 '대조'

두산그룹 3세 경영인인 박용만 회장은 요즘 어떻게 하면 임기 3년간을 두산베어스 야구단처럼 잘 이끌어 차기 4세 경영자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에게 자랑스럽게 넘겨줄까 하는 생각에 빠져있다.

박용만 회장은 큰형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 박정원 회장, 즉 조카에게 경영 대권을 물려줄 예정이다. 자기 아들이 아니라 장손인 조카에게 말이다.

이러한 두산그룹의 형제경영은 재계에 화합의 대명사처럼 각인돼 있다. 그러나 이러한 화합이 그저 순탄하게 저절로 된 것은 아니다. 형제간의 한바탕 고소·고발이 난무해 언론의 주목을 끈 연후에 비로소 지금과 같은 형제경영의 틀이 복원됐기 때문이다.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진 셈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은 삼성가의 형제간 다툼이다.

삼성 이건희 회장은 지난 주 재산분배 소송과 관련해 강경 발언을 내놓으며 본격적인 소송의 첫 포문을 열었고, 23일에는 형과 누나인 이맹희(장남), 이숙희(차녀 )씨의 반격을 받았다.

이맹희·이숙희씨 측은 이날 소송 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우를 통해 '이건희 회장 인터뷰에 대한 입장' 이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이 회장에게 반격을 가했다.

이맹희 씨는 보도자료를 통해 "건희는 형제지간의 불화만 가중시켜왔고 자기 욕심만 챙겨왔다. 그런 탐욕이 이 소송을 초래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또 "건희가 어린애 같은 발언을 하는 것을 듣고 몹시 당황했다"며 "앞으로 삼성을 누가 끌고 나갈 건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씨는 상속 재산 소송과 관련 "이 소송은 내 뜻이고 내 의지"라며 "진실을 밝혀 잘못된 것을 바로 잡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이는 마치 몇년 전 두산그룹의 고 박용오 회장과 박용성 전 회장간의 고소·고발 난타전을 보는 것 같다.

두산도 후계구도에서 밀려 난 고(故) 박용오 회장이 박용성 당시 회장을 공격하면서 시작됐듯이, 모든 재벌가 형제간 갈등과 분쟁의 핵심은 경영권 다툼과 돈에 있다.

가까이는 금호그룹의 박삼구·박찬구 회장 형제도 마찬가지고, 동아제약, 롯데그룹, 멀리는 포스트 정주영을 놓고 벌인 현대그룹의 '왕자의난'도 다를 바 없다.

이맹희와 이건희의 싸움도 결국 돈과 권력이 문제다. 삼성가 경영권 다툼의 역사에 대해서는 앞서 본 기자가 쓴 <이재현, 이건희의 경영권 노림수에 두 번 당했다>기사를 참조하기 바란다.

하지만 두산은 결국 들끓는 여론앞에 무릎을 꿇고 화해했고 그 이후로 형제경영의 모범기업이 됐다.

이처럼 삼성가도 시간이 문제지 결국에는 여론 앞에 갈등을 내려놓고 잠잠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어떻게 화해할 지는 미지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