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스페인의 부동산 거품과 붕괴가 이 나라를 구제금융 위기로까지 몰아넣은 원인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24일(현지시간) 진단했다.
몇년 전만 해도 스페인의 부동산 시장은 엄청난 활황세를 보였다.
사상 최저수준의 저금리에 힘입어 국민들은 너도나도 코스타블랑카 해변을 따라 별장주택을 구입했다.
또 수도 마드리드에도 호화 아파트가 대거 생겨났으며 나라 전역에는 새로 주택을 구입하는 이들을 위한 주택 수백만채가 지어졌다.
하지만 2007년 주택가격이 정점을 찍은 이후 주택값은 내려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최소한 25%는 하락했으며 지금도 바닥이 어딘지 가늠하기 힘든 수준이다.
그러자 극심한 불경기가 찾아왔고 실업률은 25%까지 치솟았다. 국민들은 더이상 은행 이자를 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현재 스페인의 6천630억 유로(8천760억 달러) 수준의 모기지(주택담보대출)는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 위기에 몰려있으며 스페인의 대형은행들이 구제금융을 필요로 하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하지만 스페인 정부는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어 금융권을 구제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지난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회의에서 스페인의 위기는 주요 이슈가 됐다.
가장 큰 관심사는 유럽연합(EU)이 아일랜드나 그리스, 포르투갈 등 이전에 구제금융을 받은 나라보다 훨씬 큰 스페인 지원에 나설 수밖에 없느냐는 것이었다.
바르셀로나의 에드워드 휴 애널리스트는 "주택 모기지가 스페인 금융시스템의 아킬레스건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2년 전 아일랜드 은행들이 부동산 거품 붕괴로 흔들릴 때 아일랜드 정부는 결국 EU와 IMF로부터 800억 유로를 빌려야 했다.
이번에 스페인을 구제하려면 2천억 유로는 필요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이는 그리스 구제금융액 1천100억 유로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거품이 꺼지면서 스페인의 주택모기지 건수는 가파르게 줄고 있다. 지난 2월의 모기지 건수는 작년 동기대비 46%나 감소했다. 이는 이 통계가 처음 발표된 2004년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