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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메르코수르 자유무역협상 좌초 위기

[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스페인 외교장관 "아르헨티나 빼고 협상하자"

아르헨티나 정부가 스페인 석유기업 자회사에 대한 국유화를 선언하며 시작된 양국의 갈등 때문에 유럽연합(EU)과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간의 자유무역협상이 위기에 빠졌다.

브라질 일간지 에스타도 데 상파울루는 24일(현지시간) EU와 스페인 정부의 분위기를 전하면서 "스페인-아르헨티나 갈등이 자유무역지대 창설을 위한 EU-메르코수르 협상을 좌초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스페인 정부가 전날 EU의 다른 26개 회원국 정부에 메르코수르와의 자유무역협상 중단을 촉구한 사실을 전했다.

스페인 정부는 EU의 카렐 데 휘흐트 통상담당 집행위원에게 보낸 서한에서 "아르헨티나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때문에 메르코수르와의 자유무역협상이 정상궤도를 벗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호세 마누엘 가르시아 마르가요 스페인 외교장관은 아르헨티나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것이라며 EU에 지지를 촉구하는 한편 메르코수르와의 협상에서 아르헨티나를 제외하자는 주장도 제기했다.

스페인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아르헨티나 정부가 스페인 석유기업 렙솔의 자회사인 YPF의 국유화를 추진하는 데 대한 반발로 나온 것이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YPF의 지분 51%를 국유화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법안을 지난 16일 의회에 보냈다. YPF는 애초 국영회사였다가 카를로스 메넴 전 대통령 정부(1989~1999년) 때인 1993년에 민영화됐으며, 1999년 렙솔에 인수됐다.

EU와 메르코수르는 1999년부터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협상을 벌여왔다. 그러나 메르코수르의 농산물 수입 관세 인하 주장과 EU의 공산품 및 서비스 시장 개방 확대 요구가 맞서면서 2004년 10월 협상이 중단됐다.

양측은 2010년 5월 협상 재개에 합의한 이후 3~4개월 단위로 회동을 이어오고 있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6개월 단위 순번 의장을 맡는 브라질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과 안토니오 파트리오타 외교장관은 EU와의 협상을 가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U와 메르코수르가 FTA를 체결하면 1천300억 유로(약 195조원)의 통상 확대 효과를 내면서 세계 최대의 자유무역 시장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1991년 창설된 메르코수르의 정회원국은 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우루과이 등 4개국이다. 볼리비아, 에콰도르, 칠레, 콜롬비아, 페루, 베네수엘라는 준회원국이다. 가이아나와 수리남은 옵서버 국가로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