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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들 보험급 지급 왜 짜나 했더니… 설계사 수수료 챙겨주느라?

보험사들이 보험 설계사 수수료를 과다하게 지급하다 보니 사업비가 눈덩이처럼 커져 정작 사입자들에게 돌아갈 보험금 지급에 인색하게 된다는 보고서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금감원은 당장 보험사 설계사 수수료에 칼을 댈 예정이다.

2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가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신규 보험계약 수수료는 월납보험료의 최대 5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설계사의 근속 연수, 보험 가입 기간 등에 따라 상이하지만 보통 월납보험료의 2~5배 정도"라고 말했다.

서울에 사는 주부 김 모씨(52)는 지난해 변액보험에 신규 가입했다. 설계사는 한 달치 보험료를 대납해주겠다며 가입을 권유했다. 보험료 20만여 원을 내지 않은 김씨는 보험료를 절약했다며 좋아했지만 설계사 수수료가 월납보험료의 최대 5배인 100만여 원에 달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속은 느낌이 들었다.

물론 이 금액을 보험사가 설계사에게 한번에 지급하는 것은 아니다. 보험사들은 당국 지침에 따라 수수료 총량은 그대로 두되 이를 7년에 나눠 지급하는 신계약 수수료 분급제를 이달부터 시행하고 있다.

문제는 신계약 수수료 수준이 적정한지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설계사들도 수수료로 얼마나 받는지 가입자들에게 설명하지 않고 있다.

특히 설계사들에게 지급하는 수수료가 적절한지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 초 금융감독원이 16개 생명보험사 소속 보험설계사 2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변액보험 미스터리 쇼핑에 따르면, 투명성과 관련해 100점 만점에 52.2점으로 나타났다. 21가지 점검 항목 가운데 특히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적합한 변액보험 권유`는 9.7점(100점 만점), 펀드 변경 횟수와 수수료 등 상품에 대한 안내는 26.7점(100점 만점)을 기록해 낙제 수준이었다.

금융당국도 보험업계에 만연한 불투명성을 이번 기회에 해소하고자 설계사 수수료 체계를 들여다보겠다는 방침이다.

사업비란 신계약 수수료, 보험계약 유지비용, 인건비 등 보험영업 과정에서 소요되는 모든 비용을 말한다. 변액보험은 이 같은 사업비를 제외한 금액만이 특별계정 펀드로 흘러들어가 운용되지만 보험사들은 사업비가 얼마인지 알리지 않고 펀드 수익률만 공개해 왔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부회장은 "국내 보험의 경우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가 얼마나 되는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면서 "해외 보험사와 비교해 봐도 높은 수준인 사업비 절감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