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농식품부, "국제협정엔 과학적 근거 있어야 쇠고기 수입중단" 규정

[재경일보 김영은 기자] 농림수산식품부는 30일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및 검역중단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국제 규정 등을 제시하며 설명했다.

또 야당 의원의 쇠고기 수입국은 광우병 발생 시 과학적 증거가 불충분하더라도 잠정적으로 수입중단 조처를 할 수 있다는 미국 무역대표부의 보고서가 공개됐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국제 위생검역 협정에 수입 잠정중단을 하려면 과학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며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현재의 검역검사 강화와 관련해서는 100% 전수검사에 가깝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이날 간담회를 열고 광우병 대응규정이 바뀌어 미국과 한국은 모든 월령의 소에서 특정위험물질(SRM)을 제외하면 교역할 수 있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2005년 세계동물보건기구(OIE)가 각국의 등급을 '경미한 광우병 위험국', '광우병 위험통제국', '미결정 위험국' 등 3단계로 나누면서 광우병 대응 방식이 그전과 완전히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광우병이 생기면 해당 국가의 쇠고기 수입이나 검역을 중단했는데 2005년부터는 대응 방식이 단계별로 변했다는 것이다.

OIE 국제기준을 보면 광우병 위험통제국의 쇠고기는 교역 과정에서 원칙적으로 나이와 부위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 SRM도 편도와 회장원위부(소장 끝부분)는 소의 나이에 관계없이 반드시 빼야 하지만 30개월 미만 소는 뇌, 두개골, 척수를 제거할 의무조차 없다.

한국은 미결정 위험국에서 2010년 '위험통제국'으로 승격됐다.

이영순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도축검사에서 비정형 BSE를 잡아낼 수 있는 나라라면 식용으로 가공돼서 식탁에 오르기 전에 차단할 능력 있는 국가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비정형 BSE가 발생했다고 해서 수입중단, 검역중단 등 가혹한 조치를 하면 광우병이 발생한 나라가 해당 사실을 숨길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예찰시스템이 부실하며 이력추적시스템을 믿을 수 없다는 지적에도 도축 전 검사에서 수의사가 소의 보행 상태, 피부, 분비물을 살피고 건강하다고 판정하면 도축한다고 설명했다.

소가 비정형 BSE 판정을 받았다는 건 이미 도축 전에 걷는 모습이 불량하다고 판별났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농식품부는 BSE,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AI)에 감염된 사체는 어떤 용도로도 쓸 수 없다고 밝히고 지난 24일 미국이 밝힌 광우병 발생 소의 사체도 랜더링(고온에서 멸균처리 후 기름성분을 짜내 재활용하고 잔존물은 퇴비로 활용하는 방식) 시설에 들어가지 않고 보관 중이라고 덧붙였다.

또 태국의 미국산 쇠고기 중단조치 보도는 주한 태국대사에게 알아봤더니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태국은 30개월 미만 뼈 없는 쇠고기를 수입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아울러 무소속 박주선 의원이 공개한 미 무역대표부(USTR)의 '2012 동식물 위생 및 검역보고서' 번역본에 대한 일부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BSE에는 국제적인 규제 기준이 설정돼 있고 정부의 불확실성이 제거돼 있다고 농식품부는 설명했다.

위생검역조치(SPS)협정의 5조 7항은 수입 잠정중단조치를 하려면 과학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29일 "광우병 발생 시 쇠고기 수입국은 과학적 증거가 불충분하더라도 잠정적으로 수입중단 조처를 할 수 있다는 미국 무역대표부의 보고서가 공개됐다"고 밝혔다.

박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는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은 곡물, 가축, 가금류 보호를 위해 식품안전 규정 및 조치 등을 포함한 규정을 채택할 권리와 적정하다고 판단하는 보호수준을 설정할 권리가 있다고 적혀 있다.

한편, 간담회에서 박용호 검역검사본부장이 이번 광우병 발생 사실을 접하고는 '검역 중단' 의견을 낸 적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대해 박 본부장은 즉답을 피하면서 "미국산 쇠고기 개봉검사율을 기존 3%에서 30%까지 올렸다가 지금 50%로 높였다. 모든 작업장과 검역 시행장, 검역신고ㆍ수입신고 날짜별로 검사하므로 100% 전수검사에 가깝다"고 말했다.

검역 시행장에서는 미국산 쇠고기의 50%를 개봉검사하고 자동 선별 시스템이 무작위 추출한 10~15% 물량의 잔류 물질과 위해 미생물을 검사한다. 개봉검사는 소의 눈, 척수, 뇌 등 특정위험물질(SRM)이 들어 있는지 눈으로 확인하는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