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를 받게된 풍림산업의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과 PF(프로젝트 파이낸싱)대주단 은행인 농협은행과 국민은행이 결과를 놓고 상대방을 비난하는 등 채권단협의회에서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와중에 일부에서는 손해배상청구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채권은행끼리 소송전이 격화될 조짐이다.
풍림산업은 직접 대출을 해 준 은행들(우리·신한 등)과 PF사업장에 대출해 준 은행들(농협·국민은행 등) 간의 갈등이 조정되지 않아 공사비 807억원을 받지 못하자 2일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우리은행은 풍림산업을 살리기 위해 그간 여러 차례 유동성을 공급하며 노력했는데, 농협·국민은행이 ‘배신’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은행 등 채권단은 1차 워크아웃 개시 때(2009년)와 2차 연장 때(2011년) 각각 600억원과 1100억원, 총 1700억원을 추가로 대출했다.
이 때 ‘조건’이 있었다. 건설사 특성상 PF사업장이 많은데, 워크아웃 후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PF대주단이 대기로 한 것이다. 우리은행 등은 농협·국민은행이 이런 조건을 어기고 공사비 지급을 거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종선 우리은행 기업개선부장은 “채권단의 추가 지원으로 사업장 완공이 가능했던 것인데 결국 PF대주단 채권만 상환하는 데 돈이 쓰이게 됐다”고 주장했다.
실제 풍림산업의 4개 사업장에 PF를 제공한 농협은행은 2009년 1300억원이던 채권액이 사업장 완공 등의 효과로 현재 3개 사업장 817억원으로 감소했다. 3개 사업장에 PF를 제공한 국민은행은 1250억원에서 1개 사업장(인천 청라지구) 513억원으로 받을 돈이 줄었다. 우리은행 등은 농협·국민이 PF대주단으로서 대출 형태로라도 807억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농협·국민은행은 이런 주장이 “우리은행의 책임 회피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정연찬 국민은행 기업경영개선부장은 “인천 청라지구 사업장 분양대금계좌에 450억원이 들어있긴 하지만 이 돈은 은행 돈이 아니라 시행사 돈이어서 지급할 수 없고, 지금 풍림산업에 필요하다는 807억원을 대출한다 해도 돌려받을 길이 없다”고 했다.
정 부장은 또 “풍림산업의 유동성이 부족한 것은 807억원 때문이 아니며, 계속 어음이 돌아오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은행이 ‘더 이상 지원하는 것이 곤란하다’고 결정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우리은행이 대출기업의 법정관리행에 따르는 비난을 모면하기 위해 PF대주단으로 화살을 돌리고 있다는 얘기다.
2011년 우리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이 한 차례 워크아웃을 연장한 풍림산업의 현재 채무는 1조6700억원에 이른다. 이 중 풍림산업이 우리은행 등에서 직접 받은 대출(주채무)이 8700억원 가량이고 나머지는 PF보증채무다. 풍림산업이 워크아웃에서 법정관리로 넘어가게 되면 각 금융회사들은 추가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고정이하 여신에 대한 충당금 비율은 70~100%에 이르기 때문에, 당기순이익이 크게 감소할 수 있다.
양측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채권단 간 법정소송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채권단 중 일부는 최근 채권단협의회에서 손해배상청구소송 등을 언급하기도 했다.
통상 채권단 간 갈등이 있을 때 중재 기능을 하는 금융감독 당국도 이번엔 ‘끼어들기 어렵다’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금융감독 당국 관계자는 “결국 은행들끼리 소송전을 벌이든지 해서 해결해야지, 누가 옳다 그르다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