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한국, 중국, 일본 3국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국가들이 재정위기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반면교사로 삼아 역내 외환위기 예방 능력을 강화하고 금융안정망을 강화하기 위해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다자화(CMIM)의 공동기금을 2배 증액하기로 했다.
또 위기예방프로그램을 도입해 잠재적 유동성 위기 상황에서도 선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장치도 마련했다.
기획재정부는 3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제15차 ASEAN+3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에서 참석자들이 CMIM의 기금을 기존 1천200억달러에서 2천400억달러로 늘리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박재완 기재부 장관이 의장으로 주재한 이번 회의에서는 위기예방프로그램 도입, IMF 비연계비중 확대(2012년 20%→30%, 2014년 40%), 아시아 채권시장 발전방안(ABMI) 뉴 로드맵+ 채택 등에 합의하고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주요 합의사항을 보면, CMI 공동기금을 1천200억달러에서 2천400억달러로 2배 늘렸다.
한국의 분담금 비율은 16%(384억달러)이고 위기 발생 때 384억달러를 지원받는다. 중국과 일본의 수혜 규모는 분담금의 50%다. 아세안 국가들은 분담금의 2.5∼5배를 지원받는다.
또 역내 금융위기에 대응하는 독자적 능력과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 IMF 프로그램과 연계 없이 지원 가능한 비중을 현행 20%에서 30%로 높이기로 했으며, 다른 여건이 충족되면 2014년에는 40%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IMF 비연계비중 만기를 현행 90일에서 6개월로 늘리고 최대 3회 연장함으로써 지원기간을 최장 2년을 제공하기로 했다. IMF 연계비중은 만기를 현행 90일에서 1년으로 확대하고, 최대 2회 연장을 허용함으로써 최장 지원기간을 3년으로 늘린다.
위기해결 기능만 있던 CMIM에 위기예방프로그램을 도입한 것도 이번 회의의 핵심 성과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사전 적격요건과 사후 정책이행조건을 탄력적으로 부과해 회원국의 이용률을 극대화하되 도덕적 해이는 막고자 ASEAN+3에 적합한 맞춤형 예방제도를 마련했다.
지원이 결정되면 다른 회원국들은 최장 2년(기본 6개월, 최대 연장 3회) 동안 지원 요청국에 유동성 라인을 제공하게 된다. 수혜국은 0.15%의 약정수수료를 낸다.
CMIM 위기예방기능 도입 등에 맞추어 역내 거시경제 감시기구인 AMRO의 조직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AMRO의 국제기구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데도 회원국들이 합의했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아시아 채권시장 발전방안(ABMI)과 관련해 앞으로 10년간 아시아 채권시장의 비전과 추진과제로 우리나라가 제안한 뉴로드맵+을 채택했다.
아시아 채권시장 선진화를 위한 ABMI 기본방향을 설정하고 실현 가능하고 역내 협력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총 12개 과제를 선정해 9개 우선순위 과제를 중점적으로 추진한다는 게 골자다.
회원국들은 ASEAN+3 금융협력의 모멘텀을 유지하면서 협력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인프라 재원 조성, 재난보험, 역내 무역결제 시 역내통화 활용 등 3가지 미래 중점과제를 심도 있게 연구해 정책권고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기재부는 이번 회의에 대해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CMIM 규모를 두 배로 늘려 역내 방화벽(firewall)을 높이고 지역 금융안전망 가운데 최초로 위기예방기능을 도입함으로써 잠재적 유동성 위기 상황에서 시장불안을 조기에 진화할 수 있는 능력을 확대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