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전재민 기자] 지난해 9월 적기시정조치(부실 금융사 경영개선 처분)를 유예받은 4개 저축은행에 대한 영업정지 여부 발표가 임박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4일 영업정지가 유력한 일부 저축은행에서는 불안감을 느낀 고객들에 의한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가 발생했다.
퇴출 대상으로 거론된 일부 저축은행에서 금융감독원이 소문대로 영업정지 저축은행 명단을 6일 발표하면 이날이 마지막 영업일이 될 수도 있다는 불안으로 인해 이날 영업 시작 전부터 고객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고, 예금인출도 속출한 것.
직원들이 나서서 5천만원 이하 예금은 보호받을 수 있다고 설득해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실제로 퇴출이 거론되는 저축은행에서는 3일에만 평소보다 4∼5배 이상의 돈이 빠져나갔으며, 이날 인출 규모는 전날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고객들의 불안감이 커진 탓에 영업정지 대상이 아닌 저축은행에도 불똥이 튀어 예금 인출자들이 늘어났다.
재무구조가 비교적 괜찮은 서울 중구의 한 저축은행은 영업 시작 전부터 인출자들이 몰려들자 지점장이 직접 나서 "우리는 유동성이 풍부해 영업정지 대상이 아니다"며 해명에 진땀을 흘렸다.
한편, 금융감독당국과 예금보험공사는 지난해 부산저축은행 퇴출 당시 임직원들이 거액의 예금을 미리 빼돌린 사실이 뒤늦게 발각돼 비난 여론이 거셌던 것을 감안해 3차 영업정지 저축은행 발표를 앞두고 해당 저축은행 임직원들이 '사고'를 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솔로몬저축은행 등 4개 저축은행에 감독관을 파견하고 전산망을 장악했다.
또 저축은행에 직접 나가 막연한 불안감에 예금을 중도에 해지하면 피해가 커진다고 조언하기도 하며 고객들의 동요를 막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예금자가 1년 만기 정기예금 4천500만원을 중도에 해지하면 약 180만원의 이자손실(만기이율 5.5%, 중도해지이율 1.5% 가점)이 발생한다.
예보에 따르면, 현재 적기시정조치가 유예된 5개 저축은행에 5천만원을 넘게 보유한 고객은 5월 현재 1만4천명이며, 예금 규모는 7천789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5천만원 초과분은 789억원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불필요한 예금 대량인출과 시장 혼란을 막으려는 듯 퇴출 대상이 어느 곳인지에 대해서 철저하게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영업정지 대상으로 거론된 저축은행들은 퇴출을 피하고자 막판까지 자구노력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 대형 저축은행은 자회사 보유 지분을 절반가량 매각해 자기자본을 늘리고 재무건전성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고 다른 대형 저축은행은 경영권 포기라는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