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경기지표 부진을 바라보는 정부·한은의 공통된 시각은 경기부양책을 내놓긴 하되 신중하자는 것이었다. 양쪽 다 국내경기의 1분기 저점 통과를 부인하며 한 목소리로 부동산 활성화 등 경기 부양책의 미세조정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달 초 나타난 각종 경기지표 부진에 대해 정부 당국의 실무 책임자들은 광공업 생산 감소세 등에 대해 일시적인 지표 부진이라고 봤지만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들어 (경기)회복세가 주춤한 느낌이 든다”면서 “3월 중순 이후 힘이 부친다는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김중수 한은 총재가 오는 10일 열릴 금통위 뒤 기자간담회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올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0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은 한국 경제가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때문에 한국경제가 애초 전망대로 상반기 하강 국면에서 벗어나 반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런 가운데 올 1분기가 전기 대비 0.9% 성장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크게 저조한 데 따른 상대적 개선이란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1년 전과 비교할 때 개선 추세로 돌아섰다고 판단하기도 어렵다.
김영배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일시적인 요인이 있었던) 지난해 4분기를 빼고 보면 올 1분기 0.9% 성장은 지난해 1분기(전기 대비 1.3% 성장)와 2분기(〃 0.8%), 3분기(〃 0.8%)의 성장 경로를 다시 회복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전분기보다 좋아졌지만, 전년 동기 대비로는 30개월 만에 가장 낮은 2%대 성장률를 기록했다. 한은은 “저점을 지났느냐 아니냐는 1개 분기만 보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재정집행이 줄고 가계부채 등으로 민간소비가 위축되면 상황은 다시 곤두박질칠 수 있다. 물가도 불안하고 세계 경기는 아직 침체의 늪에 빠져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같은 지표 부진에서 ‘금리인하’ 단서를 찾으려는 정서가 강하다. 경기회복세가 충분치 않다는 ‘증거’가 몇가지 더 나온다면 한국은행 등 통화당국이 경기살리기를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주 채권시장에서는 국채 금리가 소폭 하락하며 이런 기대감을 키웠다.
◆ 주택거래활성화 방안‘초읽기',“어떤 카드로 채워질까?”
박재완 장관은 지난 5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참석한 후 귀국 직전 기자들과 만나, 추가로 나올 부동산 대책에 대해 “현재 중간보고를 받고 있고 (서울로) 돌아가 마지막 점검을 할 것”이라고 말을 아끼면서도 “발표 시점 등과 관련해 이야기하기 조심스러우나 최대한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DTI는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쪽의 의견이 더 우세한 상황”이라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고 “DTI 완화를 제외하면 쓸 수 있는 카드는 제한적이지만 야구에 비유하면 단타 위주의 간결한 스몰볼 방식의 대책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정부의 부동산 추가대책은 DTI 완화 대신 주택거래 활성화를 중심으로 한 소규모 추가 대책으로 정리되고 있는 가운데, 강남 3구에 대한 투기지역 해제가 포함될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박 장관은 이어 올해 경제 전망에 대해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경제가 전반적으로 여전히 취약해 올해 역시 흉년이 아닐까 싶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경제 전망이 현실화될 것으로 본다”며 “국내 경기는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과 다르지 않으리라고 본다. 여전히 변덕스러운 봄 날씨 같다”고 말했다.
◆ 4월 경기지표 부진, 한은의 대책은?
오는 10일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를 열고 5월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대부분의 시장 전문가들은 기준금리가 현행 3.25%로 동결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최근의 경기지표 부진에도 불구하고 금통위가 당장 기준금리를 인하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번 금통위는 지난달말 임기를 시작한 신임 금통위원 4명의 데뷔 무대다. 시장에서는 하성근, 문우식, 정순원, 정해방 금통위원 대부분을 물가안정보다는 경기부양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비둘기파’로 구분하고 있는 상황이다.
ADB 연차총회에서 만난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도 "DTI에 영향을 받는 가구 수가 전체 10%밖에 안된다"면서 "DTI를 완화했다고 해서 경제가 살아나는지 알려면 더 많은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이경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이 지난달 30일 작성한 ‘비가 그친 이후를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대외 변수들의 불확실성 가중으로 4월 증시가 기대보다는 부진했지만, 유럽발 재정이슈의 확산 가능성이 낮고 이머징 국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이 2분기 이후 경기개선 기대감을 자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향후 경기 전망에 대해 참고가 될만한 대목이다.
이 보고서는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를 통해 닷새 동안 온라인에서만 400회 가까이 조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