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조창용 기자] 퇴출된 솔로몬저축은행이 영업정지 5일전 계열사인 부산저축은행에 500억을 투입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그러나 이 투자는 솔로몬 스스로 한 게 아니라 금융감독당국의 지시로 이루어진 것이 드러나 지난해 부산저축은행 사태로 곤욕을 치른 여권의 부산민심을 고려한 정치적 결정이 아니었겠나 하는 추측이 일고 있다.
8일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솔로몬저축은행은 금융당국의 영업정지 결정을 닷새 앞둔 지난달 30일 부산솔로몬저축은행의 유상증자에 500억원을 투자해 비상장주식 1000만주를 인수하기로 의결하고, 이달 3일 주식을 취득했다.
솔로몬저축은행은 당시 본사 사옥은 물론 경기솔로몬저축은행까지 매각하면서 필사의 자구노력을 진행중이었다. 자기 목숨 부지하기에도 여념이 없던 솔로몬저축은행이 자회사 유상증자에 거액을 투자한 결정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
솔로몬저축은행 관계자는 “자체적인 의사결정이 아니라 금융감독 당국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며 “금융당국이 솔로몬저축은행은 영업정지를 피할 수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대신 부산솔로몬이라도 살리겠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추측했다”고 밝혔다.
실제 부산솔로몬저축은행은 유상증자를 통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권고치인 5%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솔로몬저축은행이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부산솔로몬저축은행의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이 2~3%에 그쳐 영업정지까지는 아니지만 경영개선명령 권고를 받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경우 불안감을 느낀 고객들이 예금을 인출하면서 부산솔로몬저축은행은 물론 또다른 계열사인 호남솔로몬저축은행까지 줄줄이 퇴출될 위험성이 있어 금융당국이 이를 막기 위해 개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에선 지난해 부산저축은행이 퇴출된 데 이어 부산솔로몬저축은행까지 문을 닫게 될 경우 해당 지역 민심에 끼칠 악영향을 고려한 정치적 결정 아니겠느냐는 의혹도 나온다.
한 금융권 인사는 “감독당국이 저축은행 내부 의사결정에 관여할 아무런 법률적 근거가 없다”며 “그럼에도 일종의 정치적·정책적 고려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솔로몬저축은행이 유상증자에 참여한 사실은 파악하고 있었다”며 “부산솔로몬저축은행에 건전성 비율을 개선하라는 지시는 했지만, 솔로몬저축은행 쪽에 유상증자 참여 지시를 내린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