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현정 기자] 그리스 총선에서 승리한 좌파 정당이 전 정권이 유럽연합(EU) 등과 약속한 재정 긴축 정책을 폐기하겠다고 밝혀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재정 긴축 정책 파기시 EU가 약속했던 구제 금융을 지원받을 수 없어 디폴트(채무불이행)가 불가피해지며, 이에 따라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과 세계경제에 큰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총선에서 제2당이 된 급진좌파연합 '시리자'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대표는 8일(현지시간) 이번 총선 결과는 그리스 국민이 지난 정권이 구제 금융을 받는 대가로 약속한 긴축 정책을 거부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지난 정권이 EU 등에 약속한 긴축 정책은 모두 무효라는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치프라스 대표는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헤르만 반 롬푀이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그리고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 등에게 이 같은 입장을 담은 편지를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리자'는 선거에 앞서 긴축 재정과 재정 적자 감축을 중단하고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춰 유럽연합과 구제 금융에 대한 재협상을 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으며, 이번 총선에서 52석을 차지해 제2당으로 급부상하며 승리를 거뒀다. 또 제1당인 보수 신민당이 연립정부 구성에 실패하자 정부 구성권을 넘겨 받았다.
한편, EU 주요 지도자는 이에 대해 즉각 우려와 반발을 드러냈다.
독일 귀도 베스터벨레 외무장관은 "그리스는 유럽 전체와 약속했다"고 약속 이행을 촉구했다.
바호주 EU 집행위원장 역시 "회원국은 약속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고 압박했다.
반 롬푀이 의장은 오는 23일 비공식 27개국 정상 회담을 열어 그리스 문제를 논의하자고 제의했다.
앞서 피어 아렌킨들 EU 대변인은 전날 "그리스 새 정부가 자국 경제와 국민의 이익을 위해 이미 약속한 것을 존중하길 바란다"는 논평을 냈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새 정부를 구성할 그리스에 긴축 조치와 구조개혁 약속 이행이 중요하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