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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9개국 선거'… '정치 리스크' 세계 경제회복 새로운 암초

[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 위기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와 내년에 집중된 대선과 총선 등 '정치 리스크'가 세계 경제회복에 새로운 암초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는 전망이 나왔다.

각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 주요국들의 강력한 개혁 추진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돼 세계 경제 위기 해결이 그만큼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그리스는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수락한 긴축과 개혁을 중심으로 한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등 이른바 '트로이카'와의 약속을 둘러싼 정쟁으로 인해 유로존 탈퇴 우려가 커지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에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그리스 국민들은 긴축과 개혁이 필요하다고 인식하면서도 자신들에게 피부로 와닿는 피해는 거부하며 긴축과 개혁에 대해 반대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고실업·저성장 문제의 해결이 시급한 국가들은 국민들의 저항을 설득하면서 노동시장 구조조정, 공공부문 개혁, 고용창출에 진력함으로써 정치적 안정을 이뤄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21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 세계 GDP(국내총생산)의 40%를 차지하는 미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4개국을 비롯해 총 59개 국가에서 올해 선거가 치러진다.

외국 투자은행(IB)들은 이들 국가에서 정치·경제적 대립, 사회적 긴장이 격화되면서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씨티그룹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정치·경제적 양극화가 심화한 탓에 광범위한 구조개혁이 필요한데도 정치 변수에 막혀 강력한 개혁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정치적 리스크가 일시적일 수 있으나 최근 경기 둔화세를 고려하면 정치적 불확실성이 단기간에 해결되지 못하고 경기침체를 촉발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HSBC는 정책결정자들의 경제 운용이 단기적으로 시장 심리와 투자에 영향을 미치고 중장기적으로는 정치 발전과 개혁 정책이 경제 추세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씨티그룹은 또 유로존 국가 부채 위기와 선거는 상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실업률이 높아지고 경제성장이 둔화된 상황에서 유럽 각국이 긴축정책을 꺼내들었지만 재정 확장, 복지 축소 반대 등을 외치는 비주류 정당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정치적 불안이 가중되고 개혁 추진을 어렵게 해 정치 위험을 악화시킬 것이고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최근 연립정부 구성에 실패한 그리스는 6월 총선 재실시 등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돼 `무질서한 디폴트'와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우리나라와 중국, 동남아 등 아시아 신흥국들도 선거 등 변수로 경제성장 유지에 도전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SBC 등 IB들은 아시아 경제가 그동안 노동인구 증가에 힘입어 높은 성장률을 지속했지만 노령화 가속화 등으로 앞으로 10년 동안 기업효율성, 노동생산성 제고 등 새로운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12월 대선을 앞두고 남북 관계, 소득격차 해소 등이 주요 이슈가 되고 인프라 투자, 사회복지,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협상도 주요 논쟁거리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IB들은 앞으로 선진국을 중심으로 선거가 치러지는 만큼 정치 변화와 발전을 예측하고 정치 리스크의 경제적 악영향 등을 자세히 관찰하면서 대비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긴축정책 반대 등 시위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정치적 안정성 확보를 위해 노동시장 구조조정, 공공부문 개혁, 기업환경 개선, 고용창출이 중요하다는 조언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