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조창용 기자] 박성수 이랜드 회장이 문어발 확장으로 도마에 오르더니 이번에는 동반성장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여 비난을 사고 있다.
이랜드는 자체 NC백화점 입주 상인들을 몰아내고 강제로 점포 직영화에 열을 올려 상인들의 형편은 고려하지 않은 채 그룹 이익만 추구하는 과거 대기업의 행태를 답습하고 있다.
NC백화점 안양 평촌점에서 중식당을 운영하는 김모씨(36)는 지난달 계약이 만료돼 백화점 측에 계약 연장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이랜드가 백화점 안에 직영 브랜드인 ‘애슐리 피자몰’을 입점시킨 뒤 직접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세웠기 때문이다.
8층에 있는 식당 8곳 중 4곳은 계약이 만료돼 매장을 비웠다. 나머지 4곳도 곧 문을 닫을 예정이다. 지하 2층에 있는 푸드코트에 입주한 점포들도 이달 말까지 모두 철수한다. 백화점이 계약 연장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대기업들이 최근 동반성장을 외치며 영세 상인들의 사업 분야에서 철수하는 마당에 이랜드는 오히려 그 반대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백화점에서 철수한 뒤 장사를 위한 자금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도 걱정이다. 4년 전 입주한 김씨는 초기 투자금만 2억원이 들었다. 이 중 옛 점포 사장에게 준 권리금만 1억2000만원에 달한다. 백화점은 권리금을 인정해 주지 않기 때문에 권리금은 못 찾게 되는 셈이다. 중간에 가게 수리를 위해 들어간 리모델링 비용 4000만원도 그대로 날릴 판이다.
그는 “4년만 장사하고 나가려고 여기 들어온 게 아니다”라면서 “지금은 버티고 있지만 곧 명도 집행을 당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앞으로 이랜드 계열의 모든 백화점에서 직영 식당을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NC백화점 동수원점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도 마찬가지다.
그는 “이랜드 박성수 회장의 지시로 식당가에 직영점이 들어오는 것으로 안다”면서 “백화점 측이 인테리어를 새롭게 요구해 2억원을 들였지만 이렇게 내몰아 배신감을 느낀다”고 했다.
지난해 새로 들어선 서울 강서점은 이미 식당가 대부분이 이랜드 직영 브랜드로 채워져 있다.
이랜드 측은 “백화점 식당가 직영 전환은 매장 고급화와 경쟁력 강화가 목적”이라고 밝혔다.
이랜드 관계자는 “안양 평촌·동수원·인천 구월점 3곳은 주변에 다른 대형 백화점이 들어서면서 경쟁력이 약화됐다”며 “식당가 고급화를 통해 대응하자는 취지일 뿐 동네 골목상권에 진출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 유통업체들이 주기적으로 점포를 순환시키고 있다”면서 “입주 기간이 짧은 점포는 다른 아웃렛 매장을 알선해 주는 방법으로 지원책을 마련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랜드는 “추가로 직영점을 배치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