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조창용 기자] 신한은행이 중기·가계 대출을 모두 줄이고 있다. 부동산 침체로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서다. 반면 국민은행은 가계·중기 대출을 모두 늘렸다. 비올 때 우산을 빼앗지 않는 아량을 보여줬다. 우리·하나은행은 가계 대출만 늘렸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이달 22일 현재 가계대출 규모를 64조7113억원으로 4월 말(64조7651억원)보다 0.08%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계속된 부동산 경기 침체로 위험이 높아지는 주택담보대출은 47조4238억원으로 4월 말(47조4932억원)보다 0.15% 축소했다. 이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4월에도 전달에 비해 0.15% 감소했다.
중소기업대출도 2개월 연속 줄였다. 4월에는 -1.69%, 5월에는 22일까지 -0.71%다. 중기대출은 22일 현재 51조2937억원 수준이다.
가계대출과 중기대출 감소분은 대기업대출을 늘리는 것으로 채웠다. 신한은행의 대기업대출은 4월에는 4.19%, 5월에는 22일까지 4.08% 증가해 17조9406억원에 이르렀다.
그러나 대기업은 대출 금리가 낮아 수익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금융권에서는 신한은행이 최근 경기침체와 유럽발 재정위기 여파 등으로 자산의 부실화가 예상됨에 따라 가계와 함께 중소기업 대출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과거 부실 징후가 발생할 때마다 한발 앞서 채권을 회수해온 은행으로 꼽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한은행은 경기 침체 등 경기 상황이 좋지 않을 때 위험관리에 신속하게 행동해 왔다"면서 "최근 신한은행 대출 정책은 향후 위험이 커질 것에 대비하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한은행은 "일부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으로 재분류되면서 중기대출이 상당 폭 감소한 것으로 보이는 것"이라며 "경기 상황에 맞게 중기대출에 관심을 쏟고 억울하게 대출이 회수되는 일은 없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신한은행과 달리 하나은행과 국민은행 등은 오히려 대출을 늘리는 등 다른 행보를 보였다.
하나은행은 중기대출은 줄이지만 가계대출은 늘리고 있다. 대기업대출은 현상 유지에 가깝다.
하나은행의 중기대출은 2개월 연속 줄었다. 4월에는 -0.71%, 5월에는 22일까지 -0.76%다. 중기대출을 억제해 리스크를 관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반면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눈에 띈다. 3월 0.72%, 4월 0.82%, 5월 0.64%로 계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4월 이후 하나은행의 가계·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은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높다.
우리은행 기업대출은 `현상 유지`, 가계대출은 `증가세` 추세다.
국민은행은 중기·가계대출 모두에서 꾸준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4대 은행 중 중기대출 증가세가 가장 두드러진다. 4월 1.32%, 5월 0.26%씩 늘어났다. 가계·주택담보대출 역시 4월 이후 2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 3월부터 4대 은행의 대출 전략이 큰 차이를 보이면서 국민은행이 공격적, 신한은행이 보수적인 대출 정책을 취하고 있다"며 "이 같은 전략이 향후 시중은행 간 위상에 어떤 차이를 가져올지 두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