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조창용 기자] 공칩이 담긴 먹통 짝퉁 IC카드를 200만장 가까이 발급해 준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에 MS카드의 IC카드 전환을 앞두고 고객들을 속인 채 IC카드 발급 실적만 올리려 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이를 모른채 짝퉁 IC카드를 사용 하고 있는 이들 은행 고객들은 MS카드 처럼 여전히 고객정보유출과 불법 위변조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결제정보를 담지 않은 먹통 IC칩을 마치 IC칩인것처럼 둔갑시켜 고객에게 발급한 짝퉁 IC카드가 200만장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3월 조사한 짝퉁 IC카드는 164만장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공칩을 사용한 IC카드가 200만장을 훨씬 웃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공칩이란 금융거래에 필요한 정보를 칩 안에 내장시키지 않고, 빈 칩만을 박은 카드다. 사실상 MS(마그네틱)을 통해 결제가 이뤄져, MS카드와 다를 바 없다. 때문에 고객 결제 정보유출과 불법 위변조에 대한 위험성은 기존 MS카드와 동일하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 같은 공칩을 박아 IC카드로 둔갑시켜 발급한 곳은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 그리고 모 지방은행 3곳이다. 이 중 지방은행의 발급건수는 미미하고 대부분의 짝퉁 IC카드를 발급한 곳은 대형 시중은행인 KB국민과 하나 두 곳이었다.
두 은행은 공칩을 박은 IC카드를 발급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고객이 ATM기기에서 자동으로 결제정보를 공칩에 담을 수 있도록 사후조치를 마련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200만장에 가까운 짝퉁 IC카드가 이미 발급이 됐지만, 이를 발급받아 사용중인 고객은 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금융거래가 MS로 가능하기 때문에, 나의 결제 정보가 어떤 식으로 처리가 되는지 알 수가 없고, 은행들도 공칩을 담은 IC카드로 발급했다는 사실을 통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칩을 담은 IC카드의 경우 고객이 은행창구를 다시 찾거나 ATM기기에서 결제 정보를 다시 담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 실제 거래가 제한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IC카드로 둔갑한 짝퉁 IC카드가 버젓이 은행에서 거래가 되는 셈이다.
이와 관련 KB국민 관계자는 "당시 금융당국의 권고에 따라 신용거래 부분을 우선적으로 수록하고 차후 결제 정보를 담기 위한 전산 개발에 들어갔다"며 "은행에서 고의로 그런 것이 아니라 금융당국의 정책에 따라 움직인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도 "두 은행 뿐 아니라 시중은행이 발급한 IC카드 또한 공칩을 담은 IC카드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ATM기기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사후조치 이전에 공칩카드를 발급받은 고객들은 여전히 MS카드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어서, 당초 IC카드 발급 취지인 불법 위변조 차단이라는 명분에는 정면 배치되는 셈이다.
모 은행권 관계자는 "공칩 논란은 이미 예전부터 은행권에서 음성적으로 만연한 사실"이라며 "금융당국이 조사한 데이터보다 훨씬 규모가 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IC카드 전환 실적을 올리는 과정에서, 은행들이 공칩 규모를 줄여서 보고했다"며 "카드업계까지 포함할 경우 IC카드 전환의 또 다른 족쇄로 작용할 소지가 많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공칩 발급과 관련 사후대책을 마련했고, 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IC카드로의 전환을 서둘러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