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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들 주총, 사외이사·배당·성과급 나눠먹기 '난장판'

[재경일보 조창용 기자] 6월 보험사 주총시즌이 다가오면서 지난 2011FY 최대 실적을 낸 손보·생보사들이 앞다퉈 배당·성과급 나누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외이사 선임도 감독기관 출신들 인사로 꽉 채워 '비리 방패막' 삼기에 바쁘다.

성과를 올렸으면 가입자들을 위한 보험료 인하·보험금 지급에 신경써야 함에도 불구하고 성과 '나눠먹기' 잔치를 벌이고 있어 보험 가입자들의 "우리가 낸 돈으로 자기들 배만 불린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30일 손보업계에 따르면, 현대해상과 LIG손보, 메리츠화재 등 대형 손보사 3사(社)는 이르면 이달 말부터 오는 7월까지 FY2011 결산 성과급을 지급한다.

각 손보사는 이 기간 안에 열리는 노사 임금·단체협상에서 구체적인 성과급 규모를 정한다.

노조는 회사가 어느 때보다 높은 이익을 벌어들인 만큼 지난해보다 많은 성과급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LIG손보는 FY2011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135.8%나 급증해 노조의 목소리가 힘을 발휘할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회사 창립 90주년 기념 격려금을 받은 메리츠화재 직원들의 경우 주머니가 더욱 두둑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대형사인 삼성화재와 동부화재 직원들은 각각 올 1월, 4월에 이미 성과급을 챙겼다.

그러나 삼성화재는 오는 7월 이미 지급된 초과이익분배금(Profit Sharing, PS)과는 별도로 생산성격려금(Productivity Incentive, PI)을 지급한다.

초과이익 20% 한도 내에서 개인 연봉의 최대 50%를 지급하는 PS와 달리 PI는 기본급의 100% 수준이다.

삼성화재와 계열사 삼성생명은 PS 지급 당시 이른바 금융권 탐욕 논란에 연루돼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일각에서는 상위 5개 손보사의 연이은 배당과 성과급 지급이 같은 논란을 재현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해당 손보사들의 총 배당금은 4537억원으로 총 당기순이익 1조9492억원의 4분의 1 수준이다.

손보사별 배당금은 삼성화재(1749억원), 현대해상(1085억원), 동부화재(759억원), 메리츠화재(531억원), LIG손보(413억원) 순이다.

손보사들은 오는 6월 주주총회에서 시가배당률과 배당금을 최종 확정하고, 상법 제464조에 따라 1개월 이내에 배당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주총에서 배당 계획을 철회하거나 배당금을 축소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기업이 이익을 주주와 직원들에게 나눠주는 일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또 생명보험업계 1위회사 삼성생명은 순익 감소에도 지난해 수준의 배당을 앞서 단행했다. 지난달 23일 가장 먼저 이사회를 연 삼성생명은 전년동기에 비해 순익은 40% 감소했지만 전년 수준인 주당 200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배당성향이 41.8%에 이른다. 최대주주인 이건희 회장은 배당이익으로 830억원을 받게 됐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전년보다 순익이 감소한 이유는 2010년에 일회성 이익이 많았기 때문"이라며 "이를 제외하면 순익이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에 배당도 전년과 같다"고 설명했다. 

이를 바라보는 금융당국의 시선은 곱지 않다. 순조롭지 않은 금융 시장 상황 때문에 보험사는 내부 유보금을 쌓아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향후 2~3년간은 시장 상황과 산업 여건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 내부유보금을 적립해 경기 불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초 '2012년 보험감독 방향'을 발표하며 금융시장 불안요인에 대한 선제적 대응책의 일환으로 보험업계의 배당자제를 권고했다. 이어 최근 주주총회 시즌이 도래하면서 구두로 각 보험사에 또 다시 배당자제를 권고했다. 

금감원의 강력한 권고를 의식한 듯 박근희 삼성생명 사장은 지난 11일 열린 'FY2011 기업설명회' 자리에서 "배당을 많이 하면 좋은데 올해는 시가배당 2% 정도밖에 안된다"며 "2%의 시가배당도 상당히 어려운 고민 끝에 결정했다"고 밝혔다.

실제 배당성향은 41.5%(3940억 원)에 달해 금감원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은 셈이지만, 2%의 시가배당률을 앞세워 금감원과의 마찰을 피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그러나 유럽계 알리안츠생명은 금융당국의 배당 자제 권고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고배당 성향을 유지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금융감독원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배당자제의 근거로 금감원이 내세우고 있는 것은 알리안츠생명의 위험기준 자기자본비율(RBC비율) 하락 가능성이다. 알리안츠생명의 지난해 12월 말 기준 RBC비율은 312.8%로 업계 상위 수준이다.
 
하지만 금감원은 2013년 RBC비율 신뢰수준 99% 상향 조정시, 알리안츠생명의 RBC비율은 208% 정도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RBC제도 개선 외에도 알리안츠생명의 경우 채권 평가이익(기타포괄손익누계)이 자본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금리가 오를 경우 자본이 급감해 RBC비율에 변동성이 심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알리안츠생명의 경우 지난해 12월 말 재무상태표상 자본총액 9782억 원 중 18%인 1716억 원은 저금리 상황에서 발생한 채권 평가이익이다. 지난해 6월 실시한 민감도 분석 결과 금리가 1% 오를 경우 알리안츠생명의 자본은 2670억 원이 줄어든다.

금감원의 우려에 알리안츠생명은 금리, 주가지수 등 향후 변동 가능성을 고려해 충분한 스트레스테스트를 수행하는 등 배당 후 자본금의 적정성과 재무안정성을 심도있게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한편,보험사들이 주총을 앞두고 기재부 등 현·전직 관료 출신 인사들을 대거 사외이사 등으로 선정할 예정이라 '낙하산'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다가오는 보험사 주총에서 기재부, 감사원, 금감원 등 관료 출신 인사들이 줄줄이 사외이사, 감사위원회 위원 등에 선임될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관 출신들은 인적 네트워크가 잘 연결돼 있어 사외이사 등으로 선임되는 경우가 있다"며 "아무래도 금융권은 여러 가지 관계당국의 규제를 받다 보니 당국의 연이 있으면 여러 가지 사안 등에 대해서 사업을 하는데 도움 받는 부분들이 없지 않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인사에는 기재부 2명, 금감원 3명, 감사원 2명, 지경부 1명. 청와대 1명 등이 사외 이사 등 주요 요직에 배치된다.

삼성생명은 6월 5일 주총을 열고 김정관 지식경제부 제2차관을 사외이사로 선임할 것으로 보인다. 동양생명 역시 6월 20일 주총에서 국무총리실 행정심판위원회 위원, 감사원 감사포럼 위원 출신인 손태호씨를 사외이사로 선임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대해상은 6월 7일 금융감독원 공보실 국장 출신인 나명현씨를 이사로 재선임하고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을 지낸 이만우씨를 사외이사로 선임할 방침이다. 감사원 제1사무차장 출신인 조현명씨도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린다.

흥국화재는 6월 13일 주총을 개최하고 김시관 감사원 감사교육원 교육운영부 부장 출신을 이사로 선임하고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연구위원을 역임한 바 있는 이승철씨도 사외이사로 재선임한다.

이 밖에 동부화재는 6월 13일 주총에서 사외이사로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 겸 금융감독원 원장 출신인 이근영씨와 이수휴 전 재무부 차관도 사외이사로 재선임하며 LIG손해보험 역시 6월 13일 주총에서 금융감독원 보험감독국장 출신인 박병명씨를 이사로 선임한다.

삼성화재는 6월 5일 주총을 열어 사외이사로 손병조 전 관세청 차장 및 윤영철 언론학회장 등 3명을 선임한다. 손 전 관세청 차장은 신임 감사위원도 겸한다. 향후 세무조사 시 관계 당국과의 동태 파악 등 관련 사안에 대한 대응을 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동양생명은 손태호 전 감사원 감사포럼 위원(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및 이우근 전 예술의전당 이사(법무법인 충정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신규선임한다. 메리츠화재는 권오용 전 전경련 본부장 등 2명의 사외이사를 신규선임한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주총에서 관 출신이 사외 이사 등으로 선임되는 것은 매년 반복되는 일"이라며 "금융사 입장에서는 다 이유가 있기 때문에 관 출신 인사를 선호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