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그리스가 유로존을 이탈할 것이라는 노벨 경제학 수상자들의 전망이 잇따라 나왔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가능성을 33%로 보고 있다.
사태 해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할 독일은 유로본드ㆍ은행동맹에 대해 논의할 단계가 아니며 제대로 된 재정동맹 수립이 먼저라는 깐깐한 입장을 계속해서 고수하고 있고, 독일 국민 절반은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이탈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 스펜스·크루그먼 "그리스, 결국 유로존 떠날 것"
노벨 경제학상 2001년도 수상자인 미국 뉴욕대 스턴경영대의 마이클 스펜스 교수는 최근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그리스는 당장은 아니겠지만, 중장기로 볼 때 결국 유로존을 떠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도 영국 BBC에 출연, "그리스에는 독일 등이 원하는 긴축 재정을 하든지, 유로존을 떠나든지 두 가지 대안밖에 없다"며 "그리스 정부의 요청을 받는다면 유로존을 떠나라고 자문하겠다"고 말했다.
또 "아마도 2차 총선 후 몇주 내 상황은 그런 방향으로 갈 것"이라며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만일 유럽중앙은행(ECB)이 그리스 은행의 채무불이행(디폴트)을 내버려둔다면 유로존 이탈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 S&P, 2차 총선 후 유로존 탈퇴 수순 밟을 것
S&P도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오는 17일로 예정된 그리스 2차 총선 이후 그리스 정부가 유럽연합(EU)와 국제통화기금(IMF), ECB 등 이른바 '트로이카'가 제시한 개혁 프로그램를 거부함에 따라 외부 재정지원이 중단되면서 유로존 탈퇴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그리스가 앞으로 수개월 내에 유로존을 탈퇴할 가능성이 3분의 1(33%) 수준이이라고 밝혔다.
또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하면 그리스 경제와 재정적 상황을 심각하게 훼손, 결국에는 디폴트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獨 재무장관 "유로본드·은행동맹 전 재정동맹 수립 우선"
이런 가운데 독일은 유로본드와 은행동맹 등 유로존의 채무를 공동 관리하자는 주변국들의 제안에 대해 제대로 된 재정 동맹이 완성돼야 한다는 점을 선결조건으로 제시하며 거부 입장을 고수했다.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은 최근 경제 일간지 한델스블라트와 인터뷰에서 "정부가 한결같이 얘기해온 것은 우리가 공동 채무 관리를 논의하기 이전에 먼저 제대로 된 재정동맹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정동맹은 "중기적인 프로젝트"라며 당장 실현 가능한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유로존 은행의 자본재확충을 중앙 시스템이 관장하도록 하자는 스페인의 `은행 동맹' 제안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쇼이블레 장관은 "우리는 한 걸음씩 단계를 밟아야 한다"면서 은행 동맹이 현시점에서 논의할 주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이 걸어가야 하는 길은 쉬운 길이 아니고 항상 평탄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긴축을 통한 구조조정 과정을 피할 수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는 유로본드 등 채무를 공유하는 방안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는 독일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전날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수석 대변인인 슈테판 자이베르트는 은행 동맹 제안에 대해 "유로본드와 비슷한 선택들은 유럽통합 절차가 완료된 뒤에나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도 같은날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과 만나기에 앞서 기자들에게 "덜(less)이 아닌 더 많은(more) 유럽"을 원한다면서 유럽통합의 가속화를 주문하면서 은행 동맹에 대해서는 "중기적 목표"일 뿐이라고 배제했다.
▽ 獨 국민 49%, 그리스 유로존 이탈 원해
이런 가운데 독일 국민들 상당수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5일 독일 언론에 따르면, 주간지 슈테른이 포르사에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49%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원한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62%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그리스에 긴축 약속 이행을 요구하는 입장을 고수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59%는 그리스가 예산 삭감에 반대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규현·김현정 기자 jkn@jk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