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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동생·조카 회사 삼성에서 일감 몰아줘

[재경일보 조창용 기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동생·조카가 운영하는 회사 두 곳에 삼성이 부당하게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이 제기돼 공정위가 조사에 나섰다.

누리꾼들은 이 사실이 알려지자 이번 기회에 재벌 친인척 회사 부당지원 실태를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는 의견을 웹과 모바일에 올리고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경제개혁연대는 11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영보엔지니어링과 애니모드가 삼성그룹 계열사 조건이 되는지, 삼성전자가 부당 지원을 했는지를 각각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

영보엔지니어링은 휴대폰 배터리팩 제조·판매 업체로, 작년 12월 기준으로 이건희 삼성 회장의 동생 이순희 씨와 조카인 김상용 씨와 각각 13%, 29.6%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통신기기 액세서리 유통 회사인 애니모드는 김상용 씨가 32.14%의 지분을 들고 있고, 영보엔지니어링도 14.29%의 지분을 보유해 관계회사로 공시돼 있다.

현재 공정거래법상 동일인이나 동일인 관계자(혈족 6촌, 인척 4촌)가 지분 30% 이상을 보유하고, 최대 출자자인 경우 동일인 회사의 계열사로 포함된다. 만약 해당 사실을 신고하지 않으면 허위 자료 제출로 공정위가 형사 고발까지 할 수 있다.

연대는 "영보엔지니어링과 애니모드는 이건희 회장과 친인척 관계에 있는 회사로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소속돼 규율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영보엔지니어링이 계열사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영보엔지니어링은 지난 2005년 친족 분리를 한 회사라 계열사에 포함되지 않으며, 애니모드는 분리된 후 2007년에 설립된 회사라 삼성과 관계가 없다"며 "CJ나 신세계처럼 대주주가 친족 관계여도 법적으로는 다른 기업이란 얘기"라고 밝혔다.

다만 부당 지원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다. 연대는 영보엔지니어링의 매출액 대부분이 삼성전자와의 거래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부당 지원이 아닌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작년 기준 영보엔지니어링의 삼성전자에 대한 매출액 비중은 62%이며, 삼성전자 중국 현지법인까지 포함하면 99%에 달한다는 것이다.

다른 공정위 관계자는 "매출액 비중이 무조건 높다고 해서 불공정 행위는 아니고, (납품가가) 시장가격과 차이가 나는 등 부당성이 있어야 한다"며 "아직 신고가 공식 접수되지 않아 언급하기 어렵지만 내용을 들여다볼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무리한 주장에 대해 일일이 대응할 필요가 없다"며 입장을 밝히길 거부했다.

한편 이 사실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삼성의 전직 임원이나 다른 현직 임원 친인척 회사도 계열사에서 부당지원이 없었는지 아울러 조사해야 한다며 인터넷과 SNS에 글을 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