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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60년대 남측 진보정당·학생·노동단체 직접 지원" 외교문서 공개돼

[재경일보 김현정 기자] 북한이 지난 1960년대초 남측의 진보 성향 정당을 비롯해 학생·노동 단체들을 직접 지원했다는 증언이 담긴 외교문서가 미국에서 공개됐다.

미 싱크탱크 우드로윌슨센터(WWC)는 냉전시대 북한 관련 비밀문건을 발굴해 영어로 데이터베이스화하는 `북한 국제문서 연구사업(NKIDP)'의 일환으로 이 문서를 공개했으나, 최근 한국 내에서 `종북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발표돼 일각에서는 시기상 미묘한 파장을 예상하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12일(현지시간) WWC가 공개한 옛 동독의 외교문서에 따르면, 지난 1960년 8월 30일 쿠르트 슈나이드빈트 평양 주재 동독대사는 알렉산더 푸자노프 주(駐)북한 구소련 대사와의 대화 내용을 비교적 상세하게 전문으로 본국에 보고했다.

전문에서 슈나이드빈트 대사는 "푸자노프는 북한 동지들이 사회대중당을 비롯해 서울, 부산, 마산 등의 일부 노동조합, 정치인, 학생단체들과 긴밀한 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사회대중당은 4·19혁명 이후인 1960년 5월 혁신계열이 결집해 창당한 정당으로, 같은해 7월 총선에서 5명의 의원을 배출했으나 이듬해 5·16 군사정변 직후 포고령에 의해 해산됐다.

특히 "이들 정당·단체들은 북한으로부터 정치적, 물질적 지원을 받고 있다고 푸자노프가 말했다"면서 "이들은 광복 15주년을 맞아 불법으로 평양을 방문했고, 북한 노동당 지도부와도 만났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그는 "북한은 효율적인 대남정책을 위해 노동당 중앙위원회에 특별조직도 만들었다"면서 "푸자노프는 북한이 주로 남한의 노동자계층과 젊은층에 침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제임스 퍼슨 WWC 연구원은 이에 대해 "분단 상황과 한국 정부의 법적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남한내 친북단체들과 연결고리를 유지하면서 지원해왔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면서 "이번에 발굴된 동독과 구소련간 외교문서는 이에 대한 추가적인 증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