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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총선 앞둔 그리스, 유로존 이탈 기정 사실화되나

[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그리스가 17일 치르는 2차 총선거을 앞두고 정당들이 '구제금융 재협상' 공약을 내놓으면서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이탈이 점점 기정 사실화되고 있다.

그리스는 구제금융 재협상을 주장하고 있지만 당시 협상 당사자였던 유럽연합(EU)·유럽중앙은행(ECB)·국제통화기금(IMF) 등 이른바 '트로이카'는 구제금융 재협상 불가 입장을 계속해서 표명하고 있어 '구제금융 재협상' 공약은 곧바로 '유로존 이탈'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언론들은 2차 총선거가 그리스의 유로존 잔류에 대한 국민투표 성격을 띠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지난달 총선에서 '구제금융 재협상'을 공약해 소수당에서 제2당으로 일약 부상한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은 2차 총선에서도 '구제금융 재협상' 공약을 재확인했다.

이런 데다 지난 총선에서 참패나 다름없는 성적표를 받았던 구제금융 협상을 주도한 옛 여당 신민당도 최근 태도를 바꿔 구제금융 재협상 공약을 내놓았다.

공공부문에서 약 40만명 분의 일자리와 임금의 40%를 각각 삭감하고 연금의 3분 1을 삭감하며, 공공부문을 민영화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구제금융 지원을 조건으로 한 긴축재정 이행을 잠시 유예하겠다는 것이다.

신민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했던 사회당의 에반젤로스 베니젤로스 당수도 재정 적자 감축 목표 연도를 2014년에서 2017년으로 3년간 늦춰 긴축 재정의 통증을 덜어주자는 제안을 했다.

그리스 정당들은 구제금융 지원 조건 전체에 대한 재협상이 아닌 '긴축재정'을 놓고 재협상을 원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트로이카'는 구제금융 재협상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결국에는 구제금융 지원 불발로 인한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이 기정 사실화되고 있는 것.

하지만 양측은 여전히 협상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그리스는 구제금융 재협상을 원하지만 유로존 잔류도 원한다는 입장을 계속해서 밝히고 있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ECB 등도 그리스의 유로존 잔류를 희망하고 있기 때문.

이에 따라 그리스 2차 총선거에서 어떤 성향의 정부가 구성되느냐에 따라 재협상의 성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신민당이나 사회당이 승리할 경우 '유로존 잔류'를 전제로 한 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보이지만, 시리자가 승리할 경우 '유로존 이탈'을 감수한 재협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