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사람 잡는' 명문제약 키미테, '환각·정신착란·기억장애' 부작용 일으켜

[재경일보 유혜선 기자] 지난해 4월 박모씨(여·55)는 평소 자신이 자주 겪던 멀미증세를 생각해 키미테를 부착하고 외국 여행을 다녀왔다. 문제는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후 여행 기간 겪은 일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무심코 붙였던 키미테가 기억장애를 일으킨 것.

지난 4월 정모씨는 10살짜리 자녀에게 키미테를 부착했다가 악몽을 겪었다. 아이가 정신착란 증세를 보인 것.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 뇌검사를 받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아내(41)와 거제도 여행을 떠났던 이모씨(45)씨도 키미테 때문에 큰 일을 치를 뻔 했다. 여행 중 아내가 갑자기 어지러움, 동공확대, 시각장애 증상을 호소한 것. 본인도 귀경길에 정신착란, 환각, 혈압상승 등 부작용이 나타나 응급실을 찾았다.

소비자원은 14일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에 환각, 착란, 기억력장애 등 키미테 제품의 부작용 사례가 올해에만 13건 접수됐다"고 밝혔다.

증상별로 중복응답을 받아본 결과 '환각 및 착란' 13건, '기억력 감퇴' 8건, '어지러움' 3건, 시야·수면·보행 장애 각 2건 등으로 조사됐다.

멀미약 '키미테' 패치제품을 사용한 뒤 환각, 정신착란, 기억력 장애 등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례가 많아지자 본격적인 야외 나들이 철과 학생들의 수학여행 시즌, 휴가시즌이 맞물리면서 멀미약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소비자원은 이 제품에 대해 소비자안전주의보를 발령했다.

㈜명문제약이 생산하는 부착형 멀미약인 키미테 패치 제품은 사용하기 편리해 전 연령층에서 널리 이용되고 있다.

국내 약국에서 팔리는 멀미약은 연간 78억 원(생산액 기준) 규모인데 이 중 키미테 제품이 47억원어치 팔려 시장점유율이 무려 60%에 달한다.

작년에만 성인용 209만 장, 어린이용 136만 장이 팔렸다.

하지만 심각한 부작용으로 인해 판매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원은 "이 제품은 메스꺼움과 구토를 예방하는 스코폴라민(Scopolamin) 성분의 함량에 따라 어린이용, 성인용으로 구분되며, 만 7세 이하의 어린이에게는 판매가 금지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 성분이 들어간 멀미약은 부작용 위험이 있어 미국, 영국, 프랑스에서는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성인용 전문의약품으로 취급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린이용까지 나와 있는데다 어린이용, 성인용 모두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돼 누구나 약국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소비자원은 "지난 7일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발표한 '의약품 재분류'에 따라 향후 어린이용 키미테 제품이 전문의약품으로 전환될 예정이지만 성인에게도 부작용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소비자원은 키미테 사용 중 환각, 착란, 기억력장애 등 이상 증세가 발생하면 즉시 제품을 제거하라고 당부했다. 키미테 부착상태에서 운전시 사고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소비자원 소비자 위해사례가 어린이·성인 구분없이 보고됨에 따라 성인용 제품도 전문의약품으로 전환해 의사의 검진을 통한 철저한 복약지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식품의약품안전청에 건의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