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새누리, 재벌개혁 위해 '경제민주화' 입법 지속 추진

[재경일보 김영은 기자] 새누리당이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경제민주화'를 입법화하는 것을 목표로 각계의 전문가들을 초청해 강연을 듣는 등 계속해서 의견 수렴에 열중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최근 연찬회에서 경제민주화의 근거조항인 헌법 119조를 놓고 자유시장이 '원칙'이고 경제민주화가 '보완'이라는 결론을 내리며 재벌개혁에 급제동을 걸었지만, 계속해서 쇄신파를 중심으로 경제민주화 입법을 통한 재벌개혁에 힘을 모으고 있는 것.

새누리당 경제민주화를 주도하고 있는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의 지난 19일 초청 강연에서는 대표적 대기업 개혁론자인 김기원 한국방송통신대 경제학과 교수가 초청돼 경제민주화 등 재벌개혁과 관련, “재벌이 경제를 끌고가는 측면은 살리되, 나라를 지배하는 요인은 바로잡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 이날 새누리당 싱크탱크인인 여의도연구소에서 가진 모임에서 “재벌개혁은 재벌 죽이기가 아니라 선진적인 대그룹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방법”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은 새누리당 전·현직 의원 30여명이 참여해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경제력 집중 차단 등 '경제민주화' 추진에 앞장서고 있는 모임으로, 지난 5일에 이어 이날도 재벌개혁에 대한 의견을 모으기에 힘썼다.

김 교수는 강연에서 특히 “근본적인 재벌개혁은 총수가 돈을 빼돌리는 것을 막는 것이고, 이를 위해선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이하 특경법) 3조의 양형기준을 보다 강화해 형량을 높여야 한다”며 “(대기업 총수 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가 재벌의 세습 경영을 막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대기업 오너가 횡령배임을 해도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사례가 빈번한 만큼 형량을 강화하는 게 대기업 오너의 권력남용을 막을 수 있는 근본적 해법이라는 것.

김 교수는 또 “예전에는 국가가 산업을 통제했지만, 이제는 금융이 그 역할을 하기 때문에 금융의 사금고화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민주화실천모임 대표를 맡고 있는 대표인 쇄신파인 남경필 의원도 이날 "금산분리나 순환출자를 한다고 대기업 오너의 권력남용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 오늘 강의는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해줬다는 점에서 굉장히 좋았다"며 "대기업 총수들이 '반칙'을 저지르고도 처벌받지 않아 국민적 반감을 사고 시장경제 체제를 위협하고 있는 만큼 처벌을 강화하자는데 이견이 없다"고 덧붙였다.

또 금산분리 강화와 관련해서는 현재 9%까지 완화된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보유기준을 4%대로 다시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 의원은 "민주당도 금산분리 강화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우리도 입장정리가 되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에 단체교섭권을 부여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현 정부가 추진하려다 실패했는데, 앞으로 실천모임에서 논의해보겠다"고 답했다.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은 현재 경제민주화 3대 방향을 △경제법칙 개선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 △중소기업 단체교섭권 부여로 잡고 있다.

한편 이날 모임에서는 "사자도 배부르면 사냥하지 않는다는데, (배부른) 대기업이 골목상권까지 노리는 건 과도하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대기업 비중이 외환위기 직후(58%)와 비슷한 수준으로 증가해 15년간의 대기업 개혁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 등의 이야기가 오고갔다.

이 모임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이혜훈 최고위원도 최근 한 라디오에 출연, 대기업에 대한 순환출자 규제를 촉구했다.

이 최고위원은 “모기업은 총수 일가의 전체 지분이 0.99%이고, 최근 1900억원의 공금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다른 재벌도 총수 일가의 지분이 0.79%에 불과했다”며 “이렇게 작은 지분으로 엄청난 힘을 갖고 부당한 일을 하는 재벌 지배구조의 핵에는 순환출자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본인들이 가진 힘에 비해 과도한 힘을 발휘하는 것이니까 (이를) 제한하자는 것”이라며 “갑자기 이것을 해소하자고 하면 여러 복잡한 문제가 생기는 만큼 일단은 신규로 생기는 부분에 대해 제한하자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편,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은 다음달 3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초기 멘토로 알려진 윤여준 재경일보 회장(전 환경부 장관)을 초청해 새누리당 모든 의원을 대상으로 한 토크콘서트를 열 계획이다.  

또 윤 회장 이외에 신광식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등을 초청해 특강을 듣는 등 8월까지 계속해서 의견을 모으고 법제화 작업을 거쳐 오는 9월 정기국회에 '경제민주화 법안'을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실천모임 뿐만 아니라 야권에서도 경제민주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 입법의 가능성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