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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프로스, 러시아에 구제금융 50억유로 지원 요청 예정"

[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키프로스가 이번 주에 러시아에 5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지원해줄 것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익명을 요구한 유럽연합(EU)의 한 외교관을 인용해 AFP통신이 21일 보도했다.

키프로스는 올해 이미 러시아로부터 25억 유로의 저리 차관을 받은 바 있다.

키프로스 정부가 EU가 아닌 러시아에 구제금융을 요청하려는 것은 EU와 국제통화기금(IMF) 등을 통한 구제금융 지원에는 강력한 긴축정책 등 까다로운 조건이 많이 붙기 때문이다.

이 외교 소식통은 또 키프로스가 러시아와 양자 간 대출을 시도한 다음 내주에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국가들에게도 자국 은행부문에 대한 지원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키프로스 총리도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자금 지원도 EU에 요청할 계획임을 밝혔다. 다만 스페인의 경우처럼 `은행부문에 대한 지원'으로 한정해 긴축조치 등을 피하려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리스 사태로 인해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지중해의 소국인 키프로스는 은행부문 회생과 EU 기준치의 두 배가 넘는 재정적자 감축을 위해 올해 40억 유로의 재원을 외부에서 조달해야 하지만 금융시장에서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소식통은 아직 은행부문 회생을 위해 필요한 자금의 규모는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지만 키프로스 정부가 곧 내놓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키프로스의 EU 주재 대표부 대변인은 "우리는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만 말했다고 AFP는 전했다.

한편, 키프로스가 러시아에 구제금융을 요청해 받을 경우 EU는 난감한 처지에 빠진다.

키프로스 경제규모가 워낙 작아 실질적으로 구제금융기금 대출이 부담이 되지 않지만, 유류존에서 5번째 구제금융국가가 나왔다는 심리적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오는 7월1일부터 키프로스가 임기 6개월의 EU 순번의장국을 맡는 상황이어서 EU의 위신도 적지 않게 실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