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유럽의 재정위기로 인해 아시아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올랐다.
이런 가운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아시아 경제가 미국의 주택 가격 붕괴라는 외부적 요인으로 위험을 맞았다면 이번에는 유럽 재정위기 이상으로 내부적 문제로 인해 위험에 처하게 됐다고 21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는 아시아 국가들이 정부 재정 투입과 금리 인하 등으로 비교적 이른 시일 내에 위험을 극복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내재적 위험 요인으로 인해 쉽게 위험을 극복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
WSJ는 특히 중국에 대한 의존도와 내수 성장 둔화, 최근 급증한 외국자본 유입이 유럽 재정위기라는 아시아의 아킬레스건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HSBC의 아시아 경제 리서치 공동대표인 프레데릭 뉴먼은 "아시아가 2008년 위기 때보다 취약한 내부적인 요인 때문에 둔화기로 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는 그동안 두 자릿수에 이르는 고속 성장을 유지해온 중국으로의 수출, 낮은 금리와 소비 진작 정책 등을 통한 내수 증대, 최근 몇년 사이 급격하게 유입된 외국 자본 등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충격을 덜 받았지만 이제는 이들 긍정적인 요인이 부정적 요인으로 바뀌고 있다.
먼저 아시아 국가의 주요 수출 시장이었던 중국은 최근 경기가 둔화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로 인해 중국이 최대 수출 시장인 일본, 한국, 태국, 말레이시아가 큰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성장세를 유지해 왔던 아시아 국가의 내수 증가세도 둔화되고 있는데, WSJ는 특히 우리나라와 중국, 홍콩을 지목했다.
뉴먼 대표는 "강한 신용 증가세와 자산 가격의 상승으로 아시아 국가의 내수가 성장했지만 주택 등 자산 가격이 하락하면 아시아 국가의 소비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부동산 가격 하락 등으로 내수가 지금보다 더 위축될 수 있다는 것.
이런 가운데 낮은 이자율과 함께 아시아 경제의 성장세를 이끌어왔던 외국자본도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노무라는 지난 2009년 이후 아시아 신흥시장에 7500억달러가 유입됐지만 재정위기에 봉착한 유럽 은행이 대출을 줄이고 투자자들이 아시아에서 주식과 채권을 팔면서 외국 자금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노무라의 이코노미스트 로버트 수바라만은 투자자들이 아시아에서 투자한 자금을 빼내면 기업 활동과 생산이 마비될 수 있다면서 "자본의 흐름이 무역보다 경제에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사람들이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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