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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거품 붕괴… 빚도 못 건지는 '깡통아파트' 크게 늘어

[재경일보 김진수 기자] A씨는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기 직전인 지난 2008년 5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탑마을 대우아파트' 전용면적 164㎡를 담보로 한 저축은행에서 10억7천500만원을 대출받았다. 당시 이 아파트 시세 11억9천500만원(KB기준)의 90% 상당이다.

이후 2008년 말 금융위기가 터지고 부동산시장은 꽁꽁 얼어붙어 이자조차 내기 힘들어진 A씨는 카드로 생활비를 쓰다가 카드값 2천여만원을 못 갚아 아파트를 강제 경매당하는 처지가 됐다.

해당 아파트는 가장 최근인 지난해 12월 6억500만원에 팔린 뒤 거래가 끊겨, 설령 경매에서 낙찰되더라도 빚은 절반 이상 고스란히 남을 가능성이 크다.

장기화되고 있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호황기 주택시장에 끼었던 거품이 꺼지면서 부동산 경매시장의 낙찰가격이 떨어져 아파트를 경매로 빚도 못 건지는 '깡통아파트'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될 경우, 채무자는 살던 집을 경매에 넘기고도 '빚쟁이' 딱지를 떼지 못해 신용회복이 어렵게 되고, 은행 등 채권자는 회수하지 못한 빚 부담을 떠맡아 부실화될 수 있어 스페인식 위기가 현실화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동산 경매전문업체 지지옥션은 9일 수도권 아파트를 담보로 잡은 채권자들이 법원 경매를 통해 회수하지 못한 채권 금액을 조사한 결과, 지난 6월 경매와 낙찰건수는 각각 2천115건과 714건으로 낙찰률 33.8%를 기록해 지난해 6월 39.4%(경매 1천798건, 낙찰 708건)에 비해 큰 변화가 없었지만 미회수금액은 623억7천만원으로 18개월내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6월 293억2천만원에 비해 1년만에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올해 상반기 미회수금액도 총 2126억2천만원으로 지난해 상반기의 1736억8천만원을 훌쩍 넘어섰다.

아파트를 팔아도 못 갚는 빚이 대폭 늘어난 것은 최근 수년간 수도권 아파트값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며 거품이 꺼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거래 당시 해당 아파트의 담보 가치를 지나치게 부풀렸던 채권·채무자가 도화선을 제공했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는 7월 현재 9억4천535만원으로 올해 들어서만 10.6% 떨어졌다.

강남3구에 양천구와 경기 분당·평촌·용인을 더한 '버블세븐' 아파트 매매가는 작년 말 7억7천87만원에서 6억7천151만원으로 12.9% 빠져 하락폭이 더욱 컸다.

지난 2000년대 중반 수도권 아파트의 상승세를 주도했던 강남3구와 버블세븐이 추락함에 따라 경매에 내몰리는 집이 늘어났지만 그마저 헐값에 팔려 미회수금액은 오히려 증가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진 것이다.

지지옥션 하유정 연구원은 "금융위기 전에 높은 감정가를 받았던 아파트가 이제 팔아봐야 빚도 못 건질 '깡통 아파트'로 전락했다"면서 "채무자와 채권자가 모두 손해를 보는 '루즈-루즈' 국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