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전재민 기자] 서민금융 강화를 목표로 야심차게 출발한 금융지주사 계열 저축은행들이 영업에 적극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이며 파리만 날리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갔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 KB, 우리, 신한 등 4대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들은 영업의 양대 축인 수신(예·적금)과 여신(대출)에서 거의 손을 놓고 있다.
실제로 올해 1월 출범한 신한저축은행(옛 토마토저축은행)은 인수 당시 1조 5600억 원이었던 수신액이 현재 6600억원으로 반토막이 넘게 났고, 비슷한 시기에 출범한 하나저축은행(옛 에이스·제일2)은 같은 기간 수신액이 1조800억원에서 5200억 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KB 저축은행도 사정은 비슷해 수신액이 1조 5천억원에서 7천억원으로 급감했다.
이 같은 수신액 감소는 저축은행 부실 사태로 인해 예금자들이 빠져나간데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으로 인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영향이 크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PF 등 고수익을 올리던 투자처들이 사라져 자금 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저축은행들은 대출 영업에도 적극적이지 않아서 자금 운용 의지에 대해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
올해 1월 새롭게 출발한 KB저축은행(옛 제일)은 인수 직전 5700억원이던 대출액이 현재 4천억원으로 급감했고, 신한저축은행은 5300억원에서 4400억원으로, 하나저축은행은 4200억원에서 3600억원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특히 서민금융 강화의 핵심이었던 `10%대 대출상품'도 유명무실한 상태다. 애초 이들 저축은행들은 시중은행의 연 6~12%보다 높지만 저축은행의 20~30%대보다는 훨씬 낮은 10%대 중후반 대출상품을 내놓아 서민금융에 이바지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우리저축은행은 관련 상품을 하나도 내놓지 않았고, 신한저축은행은 10%대 중후반 상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대출 대상을 시중은행 고객인 신용등급 1~7등급으로 한정해 저축은행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상 시중은행과 다를 바가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나저축은행은 10%대 학자금 및 자영업자 대출을 내놓았으나 이율이 각각 연 19%, 18~28%에 달해 무늬만 '10%대 대출'이다. 이율을 최저 18,19%대로 잡아서 시커먼 속만 보여줄 뿐이다. 실적도 저조하다.
이들의 소극적인 영업 행태는 각 지주사의 보수적인 경영 방침 때문이다.
A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장은 "지주사에서는 손익분기점을 넘는 것을 최우선 경영목표로 제시하고 있다"며 "건전성 강화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수신이나 대출 모두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전산망을 연결해 시중은행과 연계영업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도 경영난의 한 요인이다.
이 때문에 시중은행에서 대출이 어려운 고객 정보를 확보하고서 금리, 대출한도 등을 조정해 계열 저축은행에서 대신 대출해주는 연계영업을 허용해 달라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브랜드 이미지 등을 고려해 저축은행 영업에 소극적이었던 것은 사실이다"라며 "하지만 건전성 강화 노력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만큼 연계영업 등이 허용된다면 더욱 적극적으로 영업활동을 펼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