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유재수 기자] 미국에서 `재정절벽(Fiscal Cliff)' 현상이 이미 시작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제통화기금(IMF)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도 최근 미국 정부와의 연례 협의에서 미국의 재정절벽이 성장을 위협할 수 있다면서 빨리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는데, 이미 이 같은 일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재정절벽에 대한 우려를 없애기 위해 지난 9일 부유층을 제외한 연소득 25만달러 이하의 중산층과 저소득 가정에 한해 감세 정책을 1년 연장하자고 제안했지만 시장은 중산층과 저소득층에 대한 감세 연장 효과에 의구심을 갖고 있으며 오바마 대통령의 제안이 의회에서 통과될 가능성도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경제전문방송인 CNBC는 10일(현지시간) 경제 전문가들을 인용해 재정절벽 현상이 벌써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기업들이 내년 1월로 끝날 예정인 세금 감면 이후 예상되는 세율 인상과 정부 지출 감소에 대비하려고 투자와 고용을 줄이고 있다는 것.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의 미셸 마이어는 고객들에게 보낸 보고서에서 "재정절벽에 대한 우려는 올해 말로 끝날 얘기가 아니다"라면서 "불확실성의 충격이 몇 개월 내에 현실화되고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더 증폭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정절벽에 대비하기 위한 이 같은 기업의 투자와 고용 감소는 미국의 성장률 둔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지난 1분기 1.9%에서 2분기 1.5%로 내려가고 3분기에는 1.3%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기업 부문 뿐만 아니라 금융시장에서도 재정절벽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레벤탈 애셋 매니지먼트의 제임스 레반탈은 "이번 여름이 힘든 시기가 될 것"이라면서 "투자 포트폴리오 가운데 25%를 현금과 변동성의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상품에 투자했다"고 말했다.
*재정절벽(Fiscal Cliff)
재정절벽은 정부가 재정 지출을 갑작스럽게 줄이면 경제에 충격이 발생하는 것으로, 재정 적자에 시달리는 미국 정부가 적자 감축에 나설 경우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날 것이 우려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