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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이통사 보이스톡 등 mVoIP 차단 허용… 통신사 손 들어줘

[재경일보 김상현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동통신사에 모바일인터넷 전화(mVoIP), 애플리케이션, 콘텐츠 등 유무선 인터넷 서비스의 통신망 접속제한 권한을 사실상 허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보이스톡 등 모바일인터넷 전화(mVoIP)와 스마트TV, 동영상 서비스, N스크린서비스 등에 대해 이통사들이 접속제한을 할 수 있어 해당 서비스들이 타격을 입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가 망중립성 논쟁에서 사실상 콘텐츠 업체보다는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통신사의 편을 들어준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방통위가 유무선 통신사에게 망 트래픽 관리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망 중립성' 정책의 가닥을 잡음에 따라 인터넷 생태계에서 통신사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방통위는 13일 합리적이고 투명한 운영을 전제로 통신사가 망 트래픽을 관리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통신망의 합리적 관리 및 이용에 관한 기준(안)'을 발표했다. 이번 안은 인터넷 망중립성 이슈에 대한 통신사와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 사이의 가이드라인이다.

기준안에 따르면, 유무선으로 인터넷 접속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신사는 망 과부하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거나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한도 내에서 제한적으로 트래픽 관리를 시행할 수 있다.

특히 통신사가 무선인터넷서비스의 요금제에 따라 mVoIP 트래픽의 제한 여부 또는 제한의 수준을 다르게 규정하는 경우에 합리적인 트래픽 관리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해, 이통사가 보이스톡, 라인, 마이피플 같은 mVoIP 서비스를 일정 요금제 이상의 가입자에게 한정된 데이터량만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현행 방식을 인정해줬다.

기준안은 또 무선인터넷에서 데이터 사용량 한도를 초과한 이용자에 대해 동영상 서비스(VOD) 등 대용량 서비스의 사용을 일시적으로 제한하는 것도 허용, 이통사가 가입자 개인에 대해 데이터 이용을 제한하는 것도 가능하도록 했다.

아울러 통신사가 공신력 있는 표준화기구가 제정한 표준을 준수하지 않는 콘텐츠,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를 우선적으로 제한하는 경우도 합리적인 트래픽 관리로 인정하기로 했다.

또 이통사가 P2P(파일공유) 서비스의 전송 속도와 시간을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스마트TV나 티빙·푹TV 같은 N스크린서비스의 트래픽도 규제할 수 있게 했으며, 이용자 접속이 많은 특정 시간대에 P2P 트래픽 전송 속도를 제한할 수 있는 권한도 허용했다.

유선인터넷에서 월별 사용량 한도 초과 이용자의 경우 전송속도를 제한하거나 초다량이용자(해비 유저)의 트래픽도 제한할 수 있게 했다.

이밖에 ▲악성코드·바이러스 대응 ▲망의 보안성 및 안정성 확보 ▲미성년자 자녀를 보호하기 위한 부모의 접속차단 요청 ▲푸시 알림 기능 관련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의 표준을 준수하지 않는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트래픽 제한 등을 이통사의 합리적인 트래픽 관리로 인정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방통위가 사업자 규제 등에 적용할 트래픽 관리의 합리성 판단 기준으로 ▲트래픽 관리 정보 공개 여부(투명성) ▲이통사의 행위가 트래픽 관리의 목적·동기에 부합하는지(비례성) ▲유사 형태의 콘텐츠 등에 대해 차별해 취급하지 않았는지(비차별성) ▲망의 유형과 구조, 서비스 제공 방식, 주파수 자원의 제약(기술적 특성)을 제시했다.

단, 통신사가 트래픽 관리를 할 때는 이용 약관을 개정해야 하며 트래픽 관리가 이용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유사한 콘텐츠, 앱, 서비스, 기기 등을 불합리하게 차별해서도 안된다고 명시했다.

또 통신사에게 트래픽 관리의 범위와 트래픽 관리가 적용되기 위한 조건, 절차, 방법, 이용자 자신의 트래픽 사용 현황 등 관련 정보를 고지할 의무도 부여했다.

이 기준안은 통신사가 카카오톡과 보이스톡, 스마트TV와 N스크린 등 유무선 통신망을 활용해 제공하는 각종 서비스를 일시·상시적으로 제한하거나 차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는 "통신사업자의 자의적인 트래픽 관리를 막고 투명하고 합리적인 트래픽 관리를 유도하기 위해 트래픽 관리의 범위와 판단기준을 마련한 것"이라며 "트래픽 관리 관련 분쟁이 발생할 때 사후 규제를 위한 판단기준으로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통사가 함부로 이들 서비스를 차단하거나 접속을 제한하지 못하도록 장치를 마련해놓기는 했지만 통신사가 권한을 남용할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

예를 들어 통신사가 황금시간대인 오후 9∼11시 스마트TV 망에 과부하가 일어날 것을 방지하기 위해 트래픽을 조절하겠다고 하면 스마트TV 제조사에 불리한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

또 데이터 트래픽을 많이 소비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할 때마다 전용 요금제를 만들면, 앱 개발업체의 발전을 저해하고 이용자의 권리까지 침해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이창희 방통위 통신경쟁정책과장은 "시장경쟁이 존재하기 때문에 통신사들이 이용자나 콘텐츠 업체들에 불리하게 기준을 설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준안은 통신사가 트래픽을 관리하는 대상과 기준, 시기, 영향력 등을 이용약관이나 홈페이지 등에 공개하고, 트래픽 관리를 시행할 때는 해당 사실을 이용자에게 이메일이나 문자 등을 통해 알려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과장은 "이처럼 사전에 고지되는 트래픽 관리 기준을 보고 이용자가 통신사를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이스톡을 허용하는 요금제가 비싼지 저렴한지, 무선인터넷을 아무리 많이 써도 동영상 전송을 제한하는지 안 하는지 등을 소비자가 미리 따져 업체를 선택하면, 시장 경쟁이 활성화하고 궁극적으로는 이용자에게 유리한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논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