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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S' 광풍에 한국 펀드수 1만개 재돌파… '불명예' 세계 1위

[재경일보 양준식 기자] 우리나라의 펀드 수가 1만개를 재돌파하면서 불명예스러운 세계 1위에 이름을 다시 올릴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당국이 펀드수 세계 1위, 펀드자산 세계 13위로 '속빈강정'과 같은 우리나라 펀드의 내실화를 꾀하기 위해 소규모 펀드를 정리해왔지만 최근 주가 급락속에 주가연계증권(ELS) 광풍이 불면서 큰손들이 사모펀드를 통한 투자를 늘려 펀드 난립이 계속되고 있다.

펀드의 난립은 펀드 수 증가와 평균 순자산 규모의 감소를 불러와 매니저 비용 증가와 관리소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 펀드수 3년5개월만에 1만개 재돌파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펀드수는 지난 12일 현재 1만4개로 3년 5개월여 만에 1만개를 다시 넘었다.

2009년 2월 마지막으로 1만개를 찍었던 펀드수는 금융감독당국이 소규모 펀드 정리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2010년 6월 8995개로 줄어들어 부동의 세계 1위에서 세계 2~3위로 떨어졌지만 펀드수가 다시 늘어나면서 1만개를 재돌파, 세계 1위 펀드난립국의 오명을 다시 얻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 한국을 제외하고 펀드수가 가장 많은 국가는 룩셈부르크로, 작년 말 기준 9462개를 기록하고 있다. 룩셈부르크는 조세피난처로 매매차익에 대한 과세가 없고 자산운용상 법적규제가 없어 역외펀드들의 메카로 각광받고 있다.

◇ ELS 광풍에 큰손들 사모펀드로 쏠려… 펀드수 확대 주범

우리나라의 펀드수가 늘어나 다시 1만개를 돌파하게 된 것은 사모펀드수 급증이 원인이다.

2009년 2월 5669개였던 사모펀드수는 지난 12일 현재 6602개로 1천여개 가까이 급격히 늘었다. 특히 사모펀드 중에서도 파생펀드 수가 2019개에서 3198개로 1천개 이상 급증했다.

사모펀드수가, 특히 사모파생펀드수가 이처럼 급격하게 늘어난 배경에는 주가연계증권(ELS) 광풍이 있다.

올해 들어 유럽 재정위기와 중국과 미국의 경기악화 등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융시장에 직격탄을 날려 주가가 급락과 급등을 반복한 탓에 ELS에 자금이 몰렸다. 이에 따라 상반기 ELS 발행규모는 26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ELS 중 60%는 사모형태로 발행됐고, 이는 사모파생펀드 수를 늘리는 효과를 가져왔다. ELS는 ELF(주가연계펀드)나 ELT(주가연계신탁) 형태로 팔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올들어 신규설정된 펀드 2568개 중 사모 파생상품 펀드는 1512개에 달했다. 사모 파생상품 펀드가 많은 운용사는 플러스자산운용(738개), 메리츠자산운용(441개), 동부자산운용(351개), KTB자산운용(319개), 하이자산운용(170개) 등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들어 증시가 불안정하니 고액자산가들이 프라이빗뱅커(PB)들의 권유에 따라 ELS로 몰렸다"며 "거래대금도 말랐고, 증권사들이 적자경영을 하는 상황에서 10억원만 있다면 원하는 대로 사모ELS를 설정해주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사모 주식형 펀드에 대한 수요도 일부 있었다. 올들어 신규설정된 사모주식펀드는 모두 58개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큰손들 5∼6명이 모여 수십억원 규모로 자금을 모아 요구하는 경우, 중소형 주식에 투자하는 사모펀드를 만든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공모펀드수는 같은 기간 4826개에서 3402개로 줄었다. 금융감독당국이 추가형 공모 펀드 가운데 1년이 지나도록 설정액이 50억원에 못미치는 펀드를 골라내 퇴출시킨 탓이다. 작년에 500여개를 없앴고, 올해 340여개를 추가로 폐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