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한 시중은행에서 돈을 빌린 A 씨는 만기연장을 앞두고 자신의 신용등급이 `C1'에서 `B3'로 오르자 대출금리가 내려가 이자부담이 줄어들 것에 대한 기대감이 생겨 무거운 짐이 조금이나마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A 씨의 기대감은 더 큰 실망으로 돌아왔다. 이 은행 지점장이 A 씨의 등급 상승을 반영해 금리를 내리면 수익성이 나빠진다고 판단해 전결금리를 1.4%포인트 올리는 수법으로 기존대로 금리를 매긴 것이었다.
다른 시중은행과 거래하는 B 기업은 거래처와 가까운 은행 지점에서 돈을 빌릴 땐 0.18%포인트의 가산금리가 적용되지만 공장 근처에 있는 지점에서 돈을 빌리려면 가산금리가 0.72%포인트 붙는다. 같은 은행이지만 지점장이 책정하는 전결금리가 다르기 때문이다.
일부 은행 지점장이 자신의 재량으로 금리를 조정할 수 있는 `전결금리' 제도를 악용해 대출이자를 마음대로 올리는 방식으로 대출자들에게 이자 부담의 짐을 지우면서 자신들은 이윤을 남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만기연장 대출 520만7천건에 대한 전결금리 운영 실태를 조사한 결과, 상식을 벗어난 전결금리 적용 사례가 여럿 발견됐다고 17일 밝혔다.
은행들은 상환실적, 신용등급 등 금리감면 사유는 제한하고 있는 반면 금리가산 사유에 대해서는 지점장이 마음대로 하도록 허용하고 있는데, 은행들이 이 같은 전결금리 제도로 덧붙인 가산금리는 평균 0.85%포인트였고, 전결금리로 깎아준 금리는 평균 0.44%포인트였다.
전결제도 덕에 금리가 낮아진 경우가 181만3천건으로 금리가 높아진 사례 50만7천건보다 많기는 하지만 금리를 낮출 때는 내규 등으로 한도(0.6~3.0%포인트)를 두는 반면 금리를 높일 때는 한도가 없어 8%포인트까지 가산금리를 붙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지점장이 전결권을 행사해 금리를 올려 받으려면 가산 기준을 내규에 정하고, 본점 차원에서 전결금리 통계를 관리해 지점 간 편차를 줄이도록 했다.
유명무실해진 대출자의 `금리인하 요구권'을 활성화하는 차원에서 만기상환뿐 아니라 거치식·분할식 대출에도 금리인하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이기연 금감원 부원장보는 "이번 개선 방안은 은행의 내규, 약관, 전산설비 등이 손질되면 올해 4분기부터 적용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