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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금리 조작 논란 국제망신… 파생상품 관련 국제소송 우려

[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의 조작논란으로 인해 4500조원으로 추정되는 CD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상품의 대외신인도에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특히 CD금리가 조작으로 판명되거나 논란 끝에 폐기될 경우 현재 영국의 리보 조작 사태와 같은 국제소송이 잇따르고 국내 증시의 중요한 수급 주체인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파생상품 청산이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금융권의 탐욕에 대한 비판과 금융당국의 감독 부실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심각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안일하게 CD금리 문제에 대처한 금융당국은 이 같은 사태를 방조했다는 책임을 면키 어렵게 됐다.

◇ 금리조작 의혹에 CD금리 기초 4500조 파생시장 '흔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CD금리를 기초로 한 파생상품은 이자율스와프 4332조원, 이자율선도 5조1천억원, 이자율옵션 250조3천억원 등 모두 4587조원에 달하며 이 중 90% 가량이 CD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밖에 CD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한 구조화채권인 변동금리부사채(FRN)가 20조3천억원, 파생상품연계증권(DLS)가이 6조8천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중 원화 이자율 스와프(IRS) 시장은 공정거래위원회의 CD금리 담합 조사 이후 반응을 나타냈다.

3년 IRS가 공정위가 CD금리 담합에 대한 현장조사에 나서기 이전에는 연 2.86%였다가 전날 장중 한때 연 2.62%까지 0.24%포인트 급락했다가 2.75%에 마감한 것.

이자율 스와프란 두 거래상대방이 일정한 원금에 대한 고정금리 이자와 변동금리이자를 서로 교환하는 계약으로, 원화 이자율 스와프 시장에서는 대체로 CD금리를 변동금리로 이용한다.

즉, 공정위 조사가 들어가면서 CD금리를 변동금리로 받고 고정금리를 지급했던 투자자들이 CD금리 추가하락을 예상하고 손해를 보더라도 매도에 나선 것이다.

한 증권사 채권딜러는 "CD금리 조작 논란의 결과는 알 수 없지만 CD 금리가 예상외로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에 손해를 보고 매도하는 사례가 생기면서 IRS가 하락했다"고 말했다.

◇ CD금리 조작·폐기될 경우엔 외국인 한국 파생상품 청산 잇따를 듯

따라서 CD금리가 조작으로 결론나거나 폐기돼 대체금리가 나타날 경우 시장 파장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CD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상품의 청산이나 조기상환이 잇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금투협 관계자는 "이자율 스와프나 구조화채권을 보면 평균 만기가 10년으로, 20년짜리도 있다. 만약 CD금리가 조작으로 판명 나거나, 조작논란으로 폐기된다면 모든 물량을 재계약해야 할 것"이라면서 "이 경우 한국 파생상품이나 구조화 채권에 대한 대외 신인도는 완전히 땅에 떨어지고, 한국 금융시장 인프라에 대한 믿음도 추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자율 스와프는 3개월에 한 차례 결제가 이뤄지지만, 선도계약이나 옵션계약은 매일 가격이 바뀌게 돼 있다. 이에 따라 CD금리가 하루만 고시가 안 돼도 결제가 이뤄지지 않아 국내 금융기관은 물론,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 외국 금융기관에 일대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CD금리가 없어지고 이를 대체할 금리가 나타나도 문제다.

FRN이나 DLS의 경우 기초자산인 CD금리가 없어지면, 대체가격을 결정하거나, 청산절차를 밟게 돼 있다.

하지만, CD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상품 중 일부는 기초자산이 바뀌는 경우 어떻게 이를 대처할 것인지에 대한 규정이 없어 최근 리보 조작 사태 후폭풍처럼 국제법률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불확실성을 기피하는 외국인 투자자 특성 상 아예 한국 파생상품을 대거 청산하는 수순을 밟을 수도 있다.

파생상품업계 관계자는 "CD금리가 조작으로 판명난 뒤 다른 대체금리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대체금리는 하루아침에 안정되는 게 아니므로 불확실성을 싫어하는 외국인투자자들은 한국 파생상품을 대거 청산해버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당초 공정위 조사 이후 증권사들이 이럴거면 CD금리 고시 하지 않겠다고 불만을 터뜨리다가 결국 고시에 나선 이유는 하루만 고시가 안되도 국내는 물론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 해외 시장까지 혼란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CD금리가 조작으로 판명날 경우 후폭풍은 상상이 어렵다"고 전했다.

또 다른 금투협 관계자는 "CD금리가 조작으로 판명났을 경우는 상상하기도 싫다"면서 "기초자산 대체시 청산절차가 명시돼 있지 않은 상품의 경우 리보금리 조작 사태와 같이 큰 법률분쟁이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