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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동반성장' 中企 현금결제비율 하락… 2010년 이후 최저

[재경일보 이호영 기자] 올해 대기업의 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현금 결제비율이 2010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수년간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이 주요 화두로 떠올랐지만 여전히 말로만 그치고 있는 셈. 유럽 재정위기 등 대외여건 악화로 인해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하지만 사정은 중소기업이 더 심각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변명거리가 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1363개 중소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상반기 현금성 결제비율이 지난해 하반기보다 2.65%포인트한 68.9%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고 23일 밝혔다.

이 비율은 지난 2010년 상반기 69.6%를 기록한 후 줄곧 70%를 웃돌았으나 이번에 이 선이 다시 무너졌다. 또 2010년 이후 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특히 대기업에 납품하는 협력업체들이 현금으로 대금을 받은 비율은 이보다 더 낮은 66.50%를 기록하며 역시 2010년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납품대금 현금성 결제는 중소기업들이 자금난 해소를 위해 대기업에 꾸준히 요구해온 사안이며, 동반성장이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자 대기업들 역시 "동반성장을 위해 현금결제 비율을 높이겠다"고 선언했지만 실제로는 말로만 그친 셈.

중앙회 측은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세계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현금 확보 정책을 강화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많은 기업이 한 푼이라도 아끼고자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상황"이라며 "하도급대금 결제에서도 현금보다는 어음을 선호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기업이 자신들의 현금 확보를 강화하기 위해 중소기업의 자금사정은 나몰라라 해 사정이 더 어려운 중소기업들을 존폐기로로 내몰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조사대상 기업에는 1차 협력사뿐 아니라 2~5차 협력사들도 포함됐다"며 "대기업들이 현금결제 비율을 높이더라도 3~4차 협력사들에는 혜택이 돌아가지 않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 자본력이 약한 기업일수록 치명적인 상처를 입기 마련"이라며 "하반기 중소기업 자금조달 여건에 대해서도 비관적인 전망이 많은데 기업들은 동반성장의 취지를 고려해 현금성 결제비율을 높이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