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호영 기자]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23일 오후 첫 노조 집회가 열렸다.
법원이 이날 삼성전자 본관 앞의 노조 집회 개최가 가능하다는 결정을 내림에 따라 처음으로 노조 집회가 열린 것.
삼성일반노조(위원장 김기환)는 이날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故 황민웅씨 7주기 추모집회'를 열었다.
노조는 이날 집회에서 "백혈병이 어서 직업병으로, 산업재해로 인정돼야 한다. 노동자를 탄압하는 이건희 회장은 구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측은 건물 주변 곳곳에 귀에 무전기를 착용한 건장한 체격의 경비 인력 수십명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으며 집회 장소인 본관 출입구 앞 인도에는 삼성 계열사 직원으로 알려진 '서초사옥 입주관계사 직장협의회' 소속 관계자들 약 120명(경찰 추산)이 자리를 잡고 "기자회견 빙자한 불법행위 중단하라"는 등 내용의 피켓을 들고 늘어서 '집회 소음발생 근절 촉구대회' 캠페인을 벌였다.
노조 관계자는 "매일 사측이 먼저 신고를 해뒀지만 실제 집회장소에 나온 것은 처음 봤다. 집회를 수년간 했지만 얼굴도 생전 처음 본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노조 측이 자리가 빈 도로 건너편에 자리를 잡는 과정에서 폴리스라인을 설치하는 경찰과 잠시 충돌이 일기도 했다.
흰 소복 차림으로 집회에 온 숨진 황씨의 부인 정애정(36)씨는 "용역에 경찰까지 다 깔려있는데 남편 추모제는 어디서 지내느냐"라며 오열했다. 노조 측은 "아직 행사가 시작도 안했다. 경찰이 삼성전자를 비호하는 것이냐"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이에 경찰 측은 "집시법에 따라 도로에서는 집회를 할 수 없다. 질서유지를 위해 인도로 올라서달라"고 설명했다.
한편, 법원의 이번 결정은 그동안 대기업들이 계열사 등을 통해 집회신고를 먼저 접수하는 방법으로 사옥 주변의 노조 집회를 사실상 봉쇄해온 관행에 제동을 건 것으로 향후 본안 판결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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